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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Oct 16. 2024

소란이 가라앉은 밤, 나를 돌보다

뒤풀이 자리에서는 웃음과 환호가 넘쳤다. 술잔이 오가고, 농담이 이어지며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나도 그 열기 속에 몸을 맡기고 마음껏 웃었다. 그 시간만큼은 나도 모두와 함께 있다는 안도감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열기는 허공에 흩어지고 공허함이 밀려들었다. 한껏 부딪히던 소리가 사라지자, 마음속에 자리 잡은 적막이 뚜렷하게 느껴졌다. 왜 이토록 허전한 걸까? 방금 전까지의 환호와 소란이 전부 물거품처럼 사라진 기분이었다. 사람들과의 즐거움이 진짜였음을 알면서도, 그 순간들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허무했다.


도시는 쉼 없이 돌아가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어울린다. 그 수많은 만남 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혼자가 된다. 모든 대화와 웃음이 지나가고 나면, 남는 것은 조용한 고요뿐이다. 타인의 리듬에 맞추며 웃고 떠들었지만, 그 끝에 내 마음은 제자리를 잃은 듯했다.


모든 관계는 조금씩 어긋난다. 어울림의 시간 속에서도 나와 맞지 않는 틈은 드러난다. 그 틈을 억지로 메우려 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운다. 고독은 결핍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나와 다시 만나는 순간이다. 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지나가고 남은 이 고요는 나를 돌보라는 요청일지도 모른다.


침대에 누워 창밖을 바라보았다.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깨어 있었다. 그 빛 아래 사람들은 각자의 밤을 살아간다. 내일도 우리는 함께 웃고, 그 후에 다시 고요 속에 머무를 것이다. 이 반복되는 사이클 속에서 중요한 것은, 그 고요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 일이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 그것을 외면하지 말자. 사람들과의 만남이 주는 온기는 지나가기 마련이고, 그 이후에 오는 고요 속에서 더 깊이 나를 돌볼 수 있다.


오늘도 도시의 불빛은 깨어 있고, 나 역시 깨어 있다.


신세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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