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예상치 못한 길목에 설 때가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갈림길에 멈춰 서 있으면,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없었다. 그래도 결국 나를 붙드는 건 스스로를 믿는 일이었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 내가 가진 유일한 힘이었다.
그 시기에 우연히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다. 드라마 속 이지안은 늘 벼랑 끝에 서 있었다. 세상을 믿지도, 사람을 믿지도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녀의 삶은 단 한 번도 평온했던 적이 없었다. 그 속에서 그녀는 자신마저도 믿지 못했다.
그런 그녀에게 박동훈이 나타났다. 동훈은 특별한 조언을 해주지도 않았다. 대신 그저 곁에 있어 주며, 말없이 그녀를 믿어줬다. 그 단순한 믿음이 이지안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일으켰다. 그녀는 처음으로 타인의 신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무리 상황이 답답해 보여도, 자신을 믿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돌아보니, 나 역시 종종 나를 믿지 못했던 순간들이 있었다. 과거의 실수를 곱씹으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고, 잘못될까 봐 선택을 주저하기도 했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어줄까?
그 드라마는 나를 많이 돌아보게 했다. 삶은 늘 불안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나를 붙드는 힘은 결국 내 안에 있었다. 누군가의 믿음이 큰 위로가 됐던 적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변화는 내가 나를 믿기 시작했을 때 일어났다.
길이 보이지 않아도 한 걸음 내디딜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걷다 보니, 길이 천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믿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 지금도 가끔 내가 틀린 길로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때가 많다. 그래도 나를 붙드는 일이야말로 결국 나를 살게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나 자신에게 작은 믿음을 건네는 순간, 마음속 불안은 조금씩 사라졌다.
앞으로도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나를 믿는 작은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 앞으로도 그 믿음이 나를 더 멀리 데려다주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