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에서 속도와 완성도 사이에서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팀원들은 가능한 한 빨리 끝내자고 했지만, 나는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는 게 싫었다. 답은 타협이 아닌, 조율이었다. 급한 일은 빨리 끝내고, 시간이 필요한 부분은 더 신경 쓰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는 속도와 완성도를 모두 잡으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했다. 그 과정에서 배운 건 간단했다. 유연함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일이었다.
하지만 기준을 세우는 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주변의 기대와 내 생각이 부딪힐 때마다 흔들렸다. 그럴 때면 기준이 마치 안갯속 길 같았다. 내가 나아가고는 있지만,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불안했다. 그러다 하나 깨달았다. 기준 없이 살아간다면, 내 삶은 결국 타인의 판단에 휩쓸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기준은 나를 지탱하는 중심이었다. 그것은 단순히 규칙을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진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때로는 기준을 바꿔야 할 때도 있었다. 소중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더는 지금의 나와 맞지 않을 때, 그것을 놓는 용기가 필요했다.
기준은 단단한 벽이 아니었다. 바람에 흔들려도 뿌리를 놓지 않는 나무 같았다. 유연하면서도 중심이 있는 것. 기준을 새롭게 할 때마다 나는 조금씩 성장했다.
반대로, 끝까지 지켜야만 했던 기준도 있었다. 타인의 기대 속에서도 내가 진짜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는 붙잡고 있어야 했다. 기준은 고집이 아니라 방향이었다. 끝없이 갈라지는 길목에서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려주는 등대 같은 것이었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그 속에서 기준은 나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 주었다. 어쩌면 기준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묻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놓아야 하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스스로 묻게 했다.
기준은 나에게 자유를 주었다. 나만의 기준이 없었다면, 나는 주변의 기대와 압박에 짓눌려 나를 잃었을 것이다. 기준은 내가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선이었다. 그것이 없었다면 내 삶은 누군가의 잣대에 의해 결정됐을지도 모른다.
나는 여전히 기준을 세우고 있다. 그것은 완벽하지 않지만, 나를 나로 살게 한다. 흔들릴 때마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작은 불빛이 되어준다. 나만의 기준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의 나를 잃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것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