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이런 질문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인가요?” 가볍게 답하기엔 묵직한 이 질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멈칫하게 된다. 존경이란, 어쩌면 삶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답할지 몰라도, 나에게는 늘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나는 과연 누구를, 무엇을 진심으로 존경할까?
영화 '몰리스 게임'에서 나오는 한 장면이 떠오른다.
“네 인생의 영웅은 누구지? 네가 존경하는 사람.”
“없어요. 내가 정한 목표에 도달해서 꿈꾸던 사람이 되면 내가 나의 영웅이 되는 거죠.”
이 대사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늘 누군가를 닮고 싶어 하며 자라왔다. 하지만 나는 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 이 질문은 마음속 깊이 남아 나를 멈춰 세운다. 다른 사람을 닮아가며 내 삶을 이루기보다는, 스스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나를 그려본 적은 없었을까?
사실 타인을 부러워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배운다. 다만 그 부러움이 그저 지나가는 감정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필요한 길을 찾는 과정이 된다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타인의 빛나는 이유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그중 내가 진정 닮고 싶은 부분을 찾아가는 일. 그렇게 부러움이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이제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 나를 그리고 싶다. 타인을 기준으로 삼기보다,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그 길을 향해 걷고 싶다. 내가 닮고 싶은 모습 속에서 나만의 영웅을 발견하고, 어쩌면 그게 가장 나다운 목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늘 나는 다짐해 본다. 나의 영웅이 되어 보겠다고. 내 삶의 주인공이 나인 것처럼, 나를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보겠다고. 내가 세운 목표에 천천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다가가다 보면, 어느새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나의 영웅이 될 것이고, 아마도 그건 나일 것이다.
신세연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