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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Nov 08. 2024

초능력 없는 초능력자

초능력 없이도 만드는 작은 기적

어릴 적 내 꿈은 초능력자였다.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하지만 내 손에서는 거미줄이 나오지 않았고, 하늘을 나는 법도 몰랐다. 놀라운 두뇌를 가진 천재도 아니었다. 나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작은 믿음이 자랐다.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나에게도 꽤 괜찮은 능력이 주어질지 모른다고. 그날이 오면 복지 재단을 설립해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의 꿈이 움트는 곳, 작은 기적을 전하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그렇게 마음속에서 소리 없는 다짐을 키웠다.


그 꿈은 여전히 내 안에 남아 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더디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복지 재단은커녕 벽돌 한 장도 쌓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내 나름의 작은 목표를 세웠다. 내가 가진 것들로 조용히 기부하고, 꾸준히 봉사 활동을 이어가자고. 그 결심 이후로 독서 모임과 글쓰기 특강으로 작은 재능을 나누며 여러 복지 시설에서 봉사 활동을 해나갔다. 내가 쓴 책의 판매금 일부도 기부하기 시작했다. 내 글이 세상에 울림이 되고, 누군가에게 닿아 또 다른 힘이 되길 바라며.


내가 이 작은 선행을 이어가는 이유는 결국 나 자신에 있다. 길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 나 역시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이 간절했다. 여전히 삶은 때때로 낯선 골목을 내밀며 날카로운 모퉁이를 드러낸다. 그때의 내가 그랬듯, 지금도 어딘가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누군가에게 작지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가는 작은 일이겠지만, 나에게는 초능력 없는 나를 초능력자로 만들어주는 일이다. 단 한 번의 작은 도움이라도, 그 안에 기적 같은 순간이 담길 수 있다면 충분하다.


이 작은 발걸음들이 쌓여 내 삶의 궤적을 남기는 동안, 나는 이 길을 놓지 않고 계속 걸어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 발자국들이 누군가에게 길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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