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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세연 Nov 01. 2024

혼술의 미학

쓸쓸함마저 예술로 바꾸는 순간

혼자 잔을 채워 마셨다. 쓰린 마음을 그냥 삼키기엔 너무 아려서, 술과 함께 꿀꺽 삼켰다. 소주를 잔에 넘치도록 따르고, 빈 테이블 위에 소주병을 내려놓았다. 손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탁. 소주병을 내려놓는 소리가 텅 빈 공간에 둔탁하게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나 홀로 남겨진 무거운 마음의 여운처럼 테이블 위에 남았다.


혼자 마시는 술잔이 이렇게 쓸쓸할 줄은 몰랐다. 함께 나눌 누군가가 있었다면 이 고단함도 조금은 덜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오늘의 나는 이 쓰라린 마음을 잔에 담아 홀로 견뎌내고 있었다.


소주병을 다시 들었다. 둔탁하게 내려놓은 병의 진동에 잔 속의 술이 넘쳤다. 얼른 잔을 들어 단숨에 털어 넣었다. 술이 가진 쓴맛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내 마음속에 가득 찬 근심이 술보다 더 썼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소 같으면 물 한 모금으로 입가심을 했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소주잔에 술을 따르고, 또 한 번 마셨다. 따르고 마시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몇 잔을 비운 후, 나를 괴롭히던 생각들과 무겁던 고민들은 서서히 흘러갔다. 술에 녹아 희미해지는 무거운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 밤, 혼자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혼자 마시는 술은 그 순간만큼은 달았다. 내 안의 쓰린 마음을 잔에 담아 술과 함께 삼켰다. 그렇게 술에 녹아내린 근심이 천천히 흩어지면서, 나도 조용히 잔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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