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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dd Oct 18. 2023

지옥으로 회귀

생존전략 ep.10

@현주의 삶


게임 속 세상이 흘러가는 방식은 현실 세상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게임 속에서도 타인들보다 뛰어나길 바라고, 그 욕구의 크기에 따라서 대가를 지불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세상 속에서 인간들끼리 교류하는 세상이니 당연하게도 집단적인 성격을 띠고 집단적인 성격이 거품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현실에서의 현주는 따돌림의 대상이지만 게임 속의 ‘공주현주’는 거품을 만들어내는 장본인이다. 마치 현석이의 말 한마디로 현주의 삶과 반의 분위기가 정해지는 것처럼, 게임 속에서 현주의 선택은 아이템의 가치를 정했다. 그녀가 입는 옷은 가격이 뛰고 그녀가 만든 길드는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한 과정에서 돈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더 큰돈을 원하는 현주는 그 방법을 잘 알고 잘 써먹었다. 

그녀가 게임 속에서 돈을 버는 방식은 간단하다. 첫 번째 방법은 한정판 캐시 아이템이 나오면 한정 판매 기간이 끝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린다. 기간이 종료되고 게임 속에 풀린 물량이 더 이상 늘어날 수 없을 때, 그녀는 그 아이템을 모두 사들인다. 그전까지는 그 아이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 포인트이고 판매 기간이 끝나는 순간 아이템을 장착해 준다. 사람들의 눈에는 어느새 아이템이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면서 더 큰 관심을 보이게 되고 하나둘 그것을 갖고 싶어 하는데, 막상 판매 기간은 끝났고 물량은 거래소에 거의 남지 않게 되어 구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갖고 싶은 물건이 한정 수량이라는 이유로 갖지 못할 때 인간의 욕구는 폭증하기 마련이고, 사람들은 그에 대해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러서라도 그것을 가지려 든다. 이렇게 현금 이만 원짜리 아이템은 희귀해지는 것이고 희귀한 아이템은 곧 부의 상징이며, 사람들은 부유함을 선망하기 때문에 하나둘 현주가 거래소에 비싼 값에 올린 아이템을 고민도 없이 사버리고 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고 난 뒤에는 그 아이템을 사지 않는 사람이 없다. 사지 못하는 사람만 있을 뿐인 것이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현주는 더 좋은 아이템을 제작하고 제작이 성공적일 때는 본인이 장착하여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거기서 얻는 희귀 아이템을 팔아서 다시 돈을 번다. 이것이 그녀의 두 번째 방법이다. 

세 번째 방법은 두 번째 방법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것인데, 그녀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기에 앞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투자금을 받는다. 모두가 갖고 싶어 하는 아이템이 낮은 확률로 떨어지는 몬스터를 그녀가 대신 잡아주고 혹시라도 그 아이템을 얻으면 투자한 사람들에 한해 랜덤으로 한 명에게 아이템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금 천 원 정도의 게임 머니가 1의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하면, 이천 원은 당연히 2의 가능성을 담게 되는 것이고 금액은 투자자가 원하는 만큼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더 많은 돈을 지불한 투자자가 당첨 확률도 더 높다는 것이다. 그러니 사람들은 아이템이 떨어질 가능성에, 그 아이템을 구매할 때의 비용까지 고려해 적당한 선에서 그녀에게 투자를 한다. 

몇몇 운이 좋은 사람은 고작 삼천 원 정도의 게임머니를 넣고 당첨되기도 했고, 그들이 내는 입소문이 다시 현주의 돈벌이에 불을 붙여주기도 했다. 이 방법은 현주가 처음 시도한 것으로, 현주 이후로 몇몇 플레이어들이 따라 하기도 했다. 그녀는 게임 속에서 혁신적인 인물로 군림했다.


그럼 현주는 이 돈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현주는 이제 게임 속에서 원하는 것을 거의 다 이뤘다. 충분히 부유하고 충분히 강하고 충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럼에도 밤낮 가리지 않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현실에 있다. 현실에서의 현주는 덕지덕지 엉겨 붙은 머리에, 영혼 없는 눈빛에, 살에 파묻힌 납작한 코에, 빨갛게 헌 인중에, 관절의 유무와 관계없이 접혀있는 살덩이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의 그녀는 현실의 본인을 포기했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진전되는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녀는 성인이 되었고 충분히 상황을 바꿀 수 있을 만큼 경제적 능력도 갖췄다. 그러니 바꿀 수 있다면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 

현주는 게임에서 벌어들인 돈을 현실에 투자했다. 머리를 다듬거나 다이어트를 하거나 옷을 사거나 화장품을 사는 일은 없었다. 그런 것들은 죄다 사치품에 불과하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현주는 그런 사치품 대신 자유를 구매했다. 

본가를 떠나 원룸에서 혼자 지내고 생활비는 물론, 보험비와 휴대폰비까지 스스로 감당하고 매달 부모님의 통장에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백에서 삼백 정도의 돈을 입금했다. 그것이 자유를 구매하는 방법이다. 현주의 부모님은 물론 가게를 훌륭하게 이끌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부족할 일이 없지만 현주가 입금하는 용돈은 ‘나 여유롭게 살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된다’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수단인 것이다. 그렇게 해야만 부모님은 현주를 걱정하지 않을 것이고 현주는 현실 속의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진정한 고립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자유를 구매하는 것 만이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고 그렇게 해야만 불행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서는 끝도 없이 관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립’이라는 손쉬운 방법도 있었다.

현주는 성인이 되고 줄곧 이런 생활을 누려왔다. 그녀 삶에서 이보다 훌륭했던 시간이 있었을까. 

아무런 간섭도 없이 컴퓨터 앞에 앉아 권력의 삶을 누렸다. 작은 원룸 한 칸 속에, 뒤로 넘어지면 침대가 있고 앉으면 컴퓨터가 있다. 컴퓨터 옆에서 꺼질 일이 없는 아이패드 화면 속에는 배달어플이 항시 대기 중이라 터치 몇 번으로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었다. 손 뻗으면 닿는 곳에 냉장고가 있고 그 속에는 간식들이 가득하다. 냉장고 반대편에는 100리터짜리 커다란 쓰레기봉투 4개가 위치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활동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해결 가능한 것이다. 그녀의 삶은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자극적이었다.


그녀의 방에 나란히 놓인 쓰레기봉투 4개. 그중 3개는 이미 가득 찬 상태이고 하나조차도 절반 이상 차올라있다. 

그렇다 보니 당연하게도 방 안에는 각종 음식물 냄새와 쓰레기 냄새가 혼합되어 구역질을 유발하는 냄새가 진동하지만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 냄새 하나하나가 혼합되는 동안 현주가 방을 비우는 일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냄새의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청소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가득 찬 쓰레기봉투가 네 개를 초과하면 그녀의 집에는 거의 발 디딜 틈이 없어지는데, 이때 청소업체를 부르면 그만인 것이다. 

청소업체 사람들이 쓰레기봉투를 나르고 방을 쓸고 닦고 진득하게 눌어붙은 치킨 소스를 제거하는 동안 현주는 화장실 변기에 앉아 몸 이곳저곳을 닦아내고 욕조에서 시간을 보낸다. 오랜만에 머리에 샴푸 칠도하고 비누 칠도 한다. 그녀의 머리는 아무리 샴푸를 뿌려대도 린스처럼 매끄럽고 거품이 일어나지 않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그렇게 청소가 끝나면 상쾌한 기분으로 깨끗한 자리에 앉아 다시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이보다 완벽한 생활이 어디에 있을까. 

그녀의 삶은 성인이 된 후로 줄곧 그래왔으니, 현주로서는 과거의 불행은 잊고 더 이상의 불행은 생각할 수 없었다. 


이렇듯 완벽한 그녀의 삶에 자그마한 변화가 생긴 것은 독립한 후로 8년이나 지난 뒤다. 어느 날부터인지 작은 복통을 느끼기 시작했는데, 그 복통이 식욕을 감퇴시키고 감퇴한 식욕 때문에 음식에 손이 가는 일이 점점 줄고 결국에는 그녀의 몸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이 점점 쪼그라들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리 불편하지 않았다. 복통이 그리 심하지도 않았고, 몸도 점점 가벼워지고, 식욕도 없으니 먹지 않는 시간만큼 게임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편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복통은 심해져 갔고 그 시간도 길어져 갔다. 나중에는 복통을 호소하느라 길드원과의 중요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현주는 병원에 가는 일이 없었고 병원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사실은 현주도 본인의 상황이 가만히 버티고 있는다고 해서 나아질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진통제 몇 알에 운명을 맡기는 것은, 그녀에게 외출은 커다란 위험이고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며 그럴 바에는 차라리 방 안에서 죽어버리는 쪽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대로 죽는 쪽이 좋다고 생각할 때는 오로지 고통이 사라지고 난 뒤다. 

고작 복통 하나로 온몸을 이리저리 비틀어야 하고 뒹굴어야 할 때는 살고 싶다는 욕망이 강하게 차올라 무슨 짓이든 할 테니 이 고통 좀 없애 달라고 애원하기 마련이지만, 인간이 대개 그렇지 않은가. 일단 상황이 해결되고 나면 생각도 바뀌는 것이다. 

그렇게 현주는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을 참아왔다. 이제는 진통제 몇 알을 먹어도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까지 왔지만 현주는 여전히 작은방에서 배를 부여잡고 기도할 뿐이다. 

그날은 그렇게 눈을 감았다.

어느 날 고통 때문에 정신이 아늑해지고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고 판단될 때 현주의 몸은 정지했다. 힘껏 뒹굴고 악을 쓰던 몸뚱어리가 움직이기를 포기하고 박자도 맞지 않는 옅은 숨만 쉬익- 쉭- 쉬이익- 내뱉을 뿐이다. 그녀는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을 거절하지 않았다. 

이렇게 죽는 거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모니터 속 공주 현주 또한 움직임을 멈췄지만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단지 28년간의 기억이 단편적으로 떠오를 뿐이었다. 꽤나 오랫동안 현실 세계를 떠나 살았으면서도, 죽음이 코앞에 다가오니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역겨운 현실과 도피였다. 게임 속 삶의 무의미함이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는데, 현주는 그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현실의 삶과 현실에서의 사랑을 진심으로 원했다. 

그러나 세상이 온 힘을 다해 본인을 거부했기에, 그녀는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고자 했다. 어차피 세상에 존재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인간 아니던가.

‘그래, 죽자. 이렇게 죽자 그냥.’

힘 없이 감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콧대를 타고, 관자놀이를 타고 떨어졌다.


딩동-

딩동 딩동-


“현주야! 안에 있니? 김현주!” 


현주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다. 죽음이 코앞까지 찾아온 상황에서 그럴싸한 배경음이었다.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몇 안 되는 사람, 엄마 아빠 현석이. 그중에서 한 명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은, 그래도 엄마와의 추억이 가장 많은 탓일까. 

아닌데. 추억은 현석이랑 제일 많은데.

그날 엄마의 손을 잡고 다른 유치원으로 갔다면, 그래서 현석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내 삶이 조금은 바뀌었을까. 

아 모르겠다.

현주는 이제 생각하기도 힘든 지경까지 왔다. 그녀는 온몸에 힘을 풀고 고통 속에서 눈을 감았다.




*

여긴 어디고 나는 누구인가. 그녀의 기억 속에서 일정 부분이 단절되었다. 쓰러진 기억도 단번에 들지 않았고 엄마 아빠의 얼굴을 보면서도 왜 엄마 아빠가 여기에 있는지, 본인이 있는 곳은 도대체 어디인지, 그 외에도 모든 것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눈을 몇 번 껌뻑거리고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고 가족을 제외한 타인이 눈에 들어올 때,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현주의 정신을 깨웠다. 

현주는 하얀 침대에서 얼른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몸에서는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힘이 빠진 만큼 그녀의 덩치도 줄었기 때문에 삐걱대면서라도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그녀의 팔에는 몇 개의 바늘이 박혀있고 바늘은 기다란 줄을 따라 작대기에 한약 팩같이 생긴 것과 연결되어 있었다. 투명한 액체가 담긴 하얀 팩 겉에는 ‘오성 병원’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현주야, 현주야 괜찮니?” 엄마가 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슬픔으로 가득 찼고 그 증거로 그녀의 두터운 화장에 눈물 자국이 깊게 패어있었다. 그녀의 아빠 또한 깊은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네. 전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에.. 괜차아어..” 하는 소음뿐이었다.

전혀 괜찮지 않은 것이다. 그녀의 몸은 망가질 대로 망가졌다. 비대한 덩치가 단기간에 얼마나 쪼그라들었는지, 마치 몸속에 생명체가 자리 잡아 자신의 영양분을 모두 빨아들이기라도 한 것 같았다.

현주의 그러한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그녀의 간에는 ‘암’이라는 작은 생명체가 자라나고 있었고, 그녀의 비대한 양분을 급속하게 빨아들여 꽤나 덩치를 불렸던 것이다.

그녀의 생활 터전은 급속하게 변화했다. 여전히 작은방에서 생활하게 됐지만 전보다 타인의 방문이 잦고 대화도 잦았다. 새로운 환경에는 컴퓨터가 없다. 본인의 진짜 삶인 게임도 할 수 없게 되었고 오로지 창문 밖을 보며 정신을 놓고 있는 일 밖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현실 세계에서 그녀는 여전히 초라하고 여전히 남의 눈치를 많이 보며 여전히 정상적으로 생각할 수도 행동할 수도 없었다. 매 순간이 불안하고 초조했다. 타인의 시선을 견디는 일도 말을 건네는 일도 두려웠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타인의 사랑과 관심만큼은 필요로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상황이 조금 나아지자 발길을 점점 줄였다. 벌써 병원에서 생활한 지 한 달이 넘었기 때문에 두 분도 언제 끝날지 모를 수발을 드느라 가게 일을 포기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이제 현주는 정상적으로 말할 줄 알고 스스로의 힘으로 배변 활동도 할 수 있다. 수술을 준비하기 위한 몸이 점차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현주 본인으로서는 이 과정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인지 알 수 없었다. 

컴퓨터도 없이 갇혀있는 좁은 공간에서 그녀는 존재의 의미를 잃었다. 타인의 시선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관심과 사랑을 원한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일 이기는 할까. 아니 타인의 시선을 수용하고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하더라도 타인에게 사랑받을 수 있기는 할까. 관심이야 어떤 방식으로든 받겠지만 그것이 정상적이고 긍정적인 관심일 수 있을까.

불가능이다. 현실에서 그녀는 단 한 번도 타인의 사랑을 느껴본 적이 없다. 본인의 어떠한 노력으로도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간신히 받는 관심 정도인 것이다. 

지금도 별다를 것 없다. 그녀의 몸에서 살덩이는 떨어져 나갔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크게 없다는 것을 안다. 차라리 병원에 실려 온 당일부터 일주일간은 행복한 날 들이라 할 수 있다. 그때는 엄마 아빠에게라도 여태껏 받지 못한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았으니까.

그러나 이제는 방법이 없다. 스스로 몸에 꽂힌 바늘을 뽑아버리고 고통 속으로 기어들어 가지 않는 이상은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을 수 없을 것이고, 관심을 위해 바늘을 뽑는다고 해도 그 관심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은, 오히려 골칫덩이로 여겨질 관심일 뿐인 것이다. 

관심과 사랑이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이유가 있기는 한 걸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그것뿐이다. 예전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분홍색 드레스를 입은 다섯 살 꼬마 현주도, 게임 속의 공주 현주도 마찬가지다. 정말이지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녀의 삶은 처음부터 그래왔다. 오로지 사랑만을 원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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