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가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 둘 외우기 시작해요. 암기랑은 도통 친분이 없는 제가 세계 제일의 암기왕이 되는 순간이죠.
예를 들어 잘 먹는 음식을 기억했다가 통장 잔고에 월급이 스쳐 사라지기 전에 얼른 대접하려고 합니다. 그 와중에 싫어하는 음식을 센스 있게 걸러주고 동시에 마치 나도 그 음식을 태초부터 싫어했던 사람인 것 마냥 ‘진짜..? 너도 그거 싫어해? 나도 그런데!’라며 맞장구를 치죠. 우리가 이렇게도 잘 맞는 사람이라는 걸 은연중에 알려주고픈 작은 잽같은 거랄까요.
가만 보면 꼭 우주선이 달에 착륙하는 것처럼 좋아해요.
달에 수직으로 착륙하면 기체는 버티지 못해 타버리다 이내 재가 되어버리거든요. 그래서 달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조금씩 거리를 좁혀 나가는 식으로 달에 착륙한대요. 그렇게 조금씩 당신을 알아가는 중이에요.
파스타를 좋아하지 않는구나.
국밥을 좋아하는구나.
진하지 않은 달콤한 향을 선호하는구나.
긴 머리도 단발머리도 다 잘 어울리는구나.
앞으로 몇 개를 더 알아야 당신에게 착륙할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