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앞에 ‘도’가 붙은 사연

도대체(都大體)

by 쓰야

약 한 달간의 겨울방학을 보내고 일주일간의 봄개학이 시작됐어요. 방학을 어떻게 보냈는지 한 명씩 이야기를 나눠요. 무얼 좋아하고 흥미 있어하는지, 요즘 고민은 무엇인지를 나눌 수 있거든요. 그 과목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가르치는 선생님을 좋아해야 한다는 걸 굳게 믿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이 저를 최대한 친근감 있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선생님으로 느끼기를 바라요.


한 학생은 두쫀쿠를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거 있죠? 피스타치오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서 간 다음, 카다이프와 마시멜로를 끊임없이 녹이는 과정에서 계속 저어주어야 하는데 두쫀쿠를 만드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엄청난 노동과 시간이 필요한 거죠. '두쫀쿠가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며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행동으로 옮겼다고 하는데, 두 시간 동안 7개의 두쫀쿠를 만들고 나서는 '사 먹는 게 훨씬 낫다'라고 하더라고요ㅎ

image.png 두쫀쿠 사진이 없어 최근에 아주 맛있게 먹은 훈연 바닐라 아이스크림

우리는 평소 '대체'와 '도대체'를 함께 쓰곤 해요.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나, 혹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이 단어를 꺼내 들죠. '두쫀쿠는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거야?'라며 말이죠.


'대체'만 써도 분명 이야기는 통하는데, 왜 굳이 앞에 '도'를 붙여 세 글자로 부르는 걸까요? 이 짧은 세 글자 안에는 '전체를 모두 다 훑는다'는 어마어마한 포부와 뜻이 담겨 있어요.


도대체 (都大體)
都 (모두 도): 전부, 모두, 도읍
大 (클 대): 크다
體 (몸 체): 몸, 본질, 바탕


여기서 핵심은 바로 '모두 도(都)'에 있어요. 우리가 서울을 '수도(首都)'라고 부를 때 쓰는 글자인데요. '모두 도(都)'에는 '모두', '다'라는 뜻이 함께 있어요.


왜 '도대체'일까?

‘대체(大體)’라는 말 자체가 이미 '사물의 큰 줄거리나 본질'을 뜻해요. 여기서 그 앞에 '모두 도(都)'를 한 번 더 썼어요. 즉,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몸 전체(大體)를 모두(都) 합쳐서 말하자면!'이라는 뜻이 된다는 거죠.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이유는 다 차치하고, 핵심 본론만 다 끌어모아 보자는 강력한 의지랄까요? 우리가 "도대체 왜 그래?"라고 묻는 건, 사실 "네가 그러는 수만 가지 이유를 다 합쳐서, 그 본질이 뭔지 딱 말해봐!"라고 외치는 것과 같아요. 어휘의 유래를 알고 나니 우리가 왜 그토록 이 단어를 강조하며 말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나요?


이것도 알아두면 꿀잼!

'도대체'와 비슷하게 '도(都)'가 쓰인 강조어가 또 있는데, 바로 '도저히(都저히)'에요.


도저히: 아무리 해도(都), 도무지.

이 역시 "나의 모든 능력을 다(都) 동원해도 안 된다"는 절망 섞인 강조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도'가 붙으면 일단 '전부'라고 이해하면 훨씬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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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툭 튀어나오는 말 '심지어(甚至於)'. 이 단어가 문장이 통째로 한자인 '한문 구절'이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다음 글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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