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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덧나요

by 온유


첫째 출산 이후에 손발이 건조해지면서,

그리고 갑자기 생겨버린 오염강박에 손발을 무수히 많이 씻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손발이 성 할 날이 없었다.

갈라지고, 트고, 건조한 날에는 피가 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있었지만 성인이 되면서 없어졌었는데, 또다시 생긴 피부 질환이 나를 힘들게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고통스러워 힘들다기보다 귀찮아서 힘들다 뿐이었다.

어릴 때부터 피부질환이 있다 보니, 그런 사소한 통증에는 무감각해서 사실 많이 고통스럽지는 않았고 , 그저 나를 챙길 일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아 귀찮을 뿐이었다.


그동안의 나는 나를 돌보지 못했다.

첫째와 둘째를 돌보고 챙기고, 마음을 알아주고 때로는 남편의 마음을 알아주려 노력하고.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저 다른 사람이 우선인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요즘 피부가 간지러워 약이나 처방받으러 가야겠다는 생각에 병원을 찾았다.

생각보다 만성화되어 갈라진 내 피부를 보고는 의사 선생님께서 한마디 하셨다.


지금처럼 관리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덧나요


그 한마디가 나를 때렸다. 아니 정확히는 내 마음을 때리고 정신이 번쩍 나게 해 주었다.


그 한마디가 뭐라고. 그날은 왜 그렇게 슬픈 마음이 들기도, 속상하기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이제 나를 돌봐야겠다.


물론, 두 아이를 가족을 그리고 타인을 위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살겠다는 말은 아니다.


아주 조금씩. 우선 내 피부 그리고 내 마음 내 몸을 우선해서 돌보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래야 내가 살고 우리 가족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나를 우리 가족은 더 기뻐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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