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과거를 툭툭 털어낼 수 있다면 좋겠다.
분명 기분 좋은 하루였는데,
약간의 피곤함이 몰려오니 이내 약간의 우울감이 함께 몰려온다.
안 좋은 기분, 부정적인 마음이 툭툭 털렸으면 좋겠다. 차라리 먼지처럼 털털 털어내져 버렸으면 좋겠다.
분명 즐거운 하루였다.
그런데 약간의 피곤함이 몰려오니 이내 작은 우울감이 나를 감쌌다.
정확하게는 아주 우울하다기보다 그저 언제까지 약을 먹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 정말 괜찮아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갑자기 처음 약을 먹기 직전과 약을 먹은 직후 썼던 메모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때의 기록을 들추어 보았다.
울적하고 슬픈 마음에 감정을 글로 쓰고 싶어 져 써내려 간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머릿속으로 생각을 늘어놓다 보니 감정도 꼬리에 꼬리를 물어 울적한 마음이 배가 되었다.
나는 태생적으로 그리고 자라온 환경상 사회적 민감도가 높아 예민한 편이고 외로움을 잘 느끼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작은 일에도 쉽게 상처받고 우울한 감정이 소용돌이칠 때가 많다.
그런 내가 최근에는 무언가 무기력함에 쌓여 쉽게 화를 내더니 이제는 화가 나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육아와 가사는 나에게 맞는 옷은 아닌 듯하다. 사실상 나에게 맞는 옷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나 역시 밝고 활기가 넘쳤던 모습이 있었는데,
흘러가는 시간이 애석하고 변해버린 내가 너무 못났다.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옛날이 너무도 그립고 서글픈 밤이다.
많이 졸리지만 애들만 잘 챙길 수 있다면 당분간은 이렇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기운이 없지만 감정기복이 없어 나도 좋고 가족들도 좋아하는 것 같다. 정확하게는 감정을 표현할 기운이 없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정말 많이 아팠구나' 싶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아주 많이 나아진 셈이다.
신앙을 통해, 상담과 약을 통해 어느 정도 회복됨이 기적 같은 일임을 새삼 깨닫는다.
툭툭 까진 아니더라도 톡톡 정도는 털린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톡톡 털어낸 그때의 그 순간의 기록을 종종 들추어 보고 싶다.
진짜 내가 나아졌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싶다는 듯이.
내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음을 기억하고 계속해서 약을 꾸준히 먹고 열심을 내야겠다.
앞으로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계속해서 툭툭 털어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