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간 인생을 담은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할 때에

by 온유



'나는 요즘 부모님을 만나면 부모님이 부쩍 나이 드신 것 같아 왠지 좀 서글픈 마음이 들어.'

지난번, 남편이 나에게 한 말이었다.


그때만 해도 사실 크게 공감하지 못했었다.

나의 아버지는 아직 연세가 많이 드셨다고 생각하지 못했었으니까.


그런데 오늘. 갑자기 마주친 상황에 서글픈 마음이 울컥 드는 일이 있었다.


남편과 같이 나의 아빠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나의 조부모님이자 어쩌면 나에게는 엄마 아빠이기도 한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오늘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오전 일정을 마치고 오후에 친정에 다녀왔다.

사정이 있어 아빠와 새엄마와 먼저 식사를 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가서 인사를 드리는 일정이 계획되어 있었다.


기분 좋게 꽃과 용돈을 준비하고는 엄마 아빠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할머니 댁에 들려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뵈었다.


혹여나 우리가 피곤할까 그냥 가라고 하셨지만, 그냥 갈 수 없었던지라 사둔 꽃을 들고 할머니 댁에 찾아갔다.


그곳에는 흘러간 세월을 담은 얼굴을 한 할머니 할아버지가 여전한 모습으로 계셨다.


오랜만에 뵌 얼굴이라 그런지, 최근 아프셨던 두 분인지라 야위어서 그런지.

그 얼굴에 세월이 깊이 흐른 흔적이 남아 있었다. 오늘은 더욱이나.


그래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울컥하는 마음을 꾹꾹 눌러 즐겁게 대화를 하고는 가져간 꽃을 예쁜 화병에 꽃아 드렸다.


이후에 건강 잘 챙기시라고 밥을 꼭 잘 챙겨 먹으셔야 한다고 할머니에게 말씀을 드리고, 서글픈 마음을 감춘 채 인사드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참을 속상해했던 것 같다.

이제 90세가 넘으신 할아버지와 90세에 가까운 할머니는 워낙 동안인 외모이셔서 평소엔 이별을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최근 부쩍 연세가 드신 것 같아 자꾸만 곧 있을 수도 있는 이별의 순간을 떠올리게 되었다.


남편은 나의 이야기를 듣더니, 공감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나도 전에 얘기했듯이 최근 부모님을 뵈면 부쩍 연세가 드신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들어.


우리가 결혼을 일찍 한 것에 대한 장점도 있지만, 아이들을 키우느라 부모님을 더 챙겨드리지 못하는데,


우리가 아이들을 다 양육하고 부모님을 챙길 수 있는 여유가 되었을 땐 부모님이 이미 연세가 많이 드신 때일까 봐. 그게 참 서글퍼.


하물며 너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해 그런 감정을 느끼니, 더 서글플 것 같아'


남편의 이야기가 맞았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어릴 때 농담 삼아 할머니에게 어른이 되면 밍크코트를 사드리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밍크코트는커녕 아이들과 나의 가족들을 챙기느라 할머니 할아버지를 조금 더 신경 쓰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고 나면 남편이 얘기했던 것처럼 때가 늦을 것 같아 더욱 서글퍼지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벌써 아이가 둘인 엄마이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연세가 드시고 이후에 이별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인데, 오늘은 왜인지 인생이, 세월이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든다.


흘러간 인생을 담은 나의 부모님의 얼굴을 마주하니, 더 서글퍼지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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