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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스카 Nov 26. 2018

사랑이 지나가고 남겨주는 것

파랗게 멍든 시간들.10

영영 누군가를 만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 있다. 누군가를 만나도 오로지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것이 된다면 그건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잔인하다. 그보다 먼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냐는게 우선일지도. 지금까지 만난이들은 꿈같은 허무로 맴돈다. 이제 더이상은 미련도 없고 덤덤히 지나 보낸 계절로 다가올 뿐이다. 더 이상 사랑을 하지 못할 것 같다는 불안함은 내가 불행한 것에서 찾아오는 불안함일까.

어쩌면 영화처럼 우연히 마주치는 사람을 보고 사랑에 빠질 가능성도 있지만 굉장히 낮은 확률이지. 다 환상이고 픽션일 뿐이다. 솔직할 수 없고, 감정을 말할 수 없어. 내가 약해지는 지름길이라서. 역설적으로 보자면 그만큼 외로운 걸지도 모르는거지. 내가 겁을 먹지 않은 적이 있었나. 공포 영화 하나도 무서워 즐길 수 없는데, 진짜 무서운 것이 존재하는 현실을 어떻게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어. 관계. 잘 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다짐. 내게 다짐은 늘 지킬 수 없는 거짓말이기에, 내일이 되면 또 다른 말을 할 수도 있겠고.

나는 지나간 이들에게서 성숙한 관계를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연애하고 사랑하며 싸우고, 짜증에 취해서 서로의 좋은 점만 보는 관계를 바랐을지 모른다. 내내 해왔던 듯이,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난 너의 모든 점을 사랑해.’ 라고 속삭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듯 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시시각각 달라지는데 내일 다른 말을 한다해서 이상한건 아니지.

나는 함께라는 글자속에서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특정 장소에 가서 데이트를 하고, 함께 살고 싶고. 뭐 그런 현실적인 종류의 것이 아니라, 함께라서 더욱 기쁘게 살아지기를 바랬다. 이미 괜찮다는 그 사람에게 더 좋은 것을 주고, 열정 속에서 노력하는. 빛나는. 그 아름다운것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입맛에 맞게 바꾸려거나 억지로 시야를 돌리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어. 그 사람 또한 좋아하지 않을테니까, 내가 비록 나약하지만 이끌어주고 싶었다.

실은 이 세상엔 더 좋은 것이 많다. 내가 너의 품에 열정을 안겨주지는 못하지만, 내가 살고자 하는 의지, 너와 함께 해서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어. 내가 얼마나 겁 많은 사람인지 속삭여주면 그만큼 웃긴것도 없을거야. 당신과 함께라는 문자속에 세상 처음 해보는 것들이 이렇게나 많다고 속삭이면 웃기겠지. 나는 왜 겁 많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래서 하지 못했을지도.

이미 지나버린것들 사이에서 이런 깨달음을 글로 적는다는건 늦어버렸다는 반증일지도 모른다. 지나버린것은 지나버린대로 두었어야 하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깨달아서 글로 정리 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실수를, 같은 아쉬움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또 다른 증거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되었든 오로지 나 스스로의 실수가 되었든,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는건 정말 큰 발전이라고 느끼고 있다.

지나간 과거가 나를 옭아매고 의심이 항상 곤두세워져 있던 반년이었다. 꼬리에 꼬리에 무는 자책은 반성이 아니라 자해였다. 나를 믿고 싶다가도 스쳐지나가는 공기한점에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었지. 트라우마가 되어 나를 둘러싸고 있고 그때의 나는 그곳에 있었다.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무심한 생각으로 나는 그때 왜 그렇게 아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그때의 나는 힘들었으니까. 아팠으니까. 그 사실은 변치 않고 그 속에서 나를 변화시켰으니까. 어쩌면 더이상 사랑에 열정적일 수 없는 퇴보일 수 없지만 나만 생각 했을 경우엔 이만한 발전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사랑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 나도 지금 누군가로 인해 씨앗이 심어 졌고 나는 이 느낌이 싫지가 않아서, 물을 주고 있다. 다만 성급하게 성장하길 바라진 않아. 나도 당신도 가까워질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당신에게 조금 가고 싶어졌다. 우선은 내가 향하는 화살표는 당신이 맞고, 당신의 방향이 다르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다. 결국 애정의 지표는 각자의 것이고 그게 서로를 향할때 함께가 되는거니까. 결국 모든 사랑의 형태는 짝사랑이야. 서로를 향한다 해서 그게 하나가 되는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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