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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늬 Oct 18. 2020

엄마는 아프면 안된다.

episode9. 고마워 동오, 사랑해 미숙씨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



요 몇달새 집안일에 회사일에 개인적인 일들이 겹쳐져 일어났고, 참는 게 습관이 된 나는 또 티 한번 못 낸 채 스트레스를 잔뜩 받았고 피곤에 시달리면서도 잠 못 이루는 날들이 계속됐고 결국에는 탈이 나버렸다. 이렇게 심하게 아픈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닌 것은 알지만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혹시라도 코로나라도 걸렸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갑자기 두려움과 무서움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만약 진짜 코로나라서 장기 입원이라도 해야 한다면 동오는 어떻게 해야하지? 아무리 현실적인 대책을 세워보려고 머리를 돌려봐도 도저히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겠지.. 설마 아닐 거야.. 머리가 아프니까 더는 생각도 하기 싫어졌다. 아픈 중에도 내 머리에 드는 생각이 "동오는 어떡하지?" 라니 나 진짜 동오맘 다 됐구나


혼자 살면서 문득문득 외롭고, 서러웠던 적이야 셀 수 없이 많지만은 이렇게 세상에 나 혼자 뚝 떨어져 있다는 것이 일상으로 구체화될 때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이 서글퍼진다

혼자 사는 것의 자유로움이 평안함으로 다가올 때도 분명 있지만 정작 누군가가 필요한 순간에 누구에게도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는 것은 혼자 사는 것의 다른 얼굴이기 도 하기 때문이다.


퇴근해서 동오와 밤 산책을 하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좋아하는 인센스 스틱을 켜고 좋아하는 음악을 눈치 보지 않고 틀고 좋아하는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다가 자는 시간을 나는 정말 사랑하지만, 때때로 누군가와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거나,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를 훈수 두면서 보는 일이 그리워지는 때가 있다. 동오와 함께 살게 된 뒤로는 많은 부분을 동오가 채워줬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사람만이 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나 보다.


아파 죽겠는데도 동오에게 미안함이 몰려와서 누워 있을 수만은 없었다.

애처롭게 나만 쳐다보고 있는 동오가 안쓰러워서  때문에  몸이 두드려 맞은 듯이 아픈데도 동오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매일 엄마가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하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건강해야 동오도 챙기고 너도 챙기지,

네가 아프면  소용없다."


'낫기만 하면 홍삼이고 비타민이고 유산균이고 하루도 빼놓지 않고  챙겨 먹어야지'

이제 다시는 아프지 않을테다 다짐을 하다가

갑자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같았다.

분명히 엄마도  며칠  집안일로 바쁘고 정신없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을  같아서,

사실 엄마는 나보다  오랜 시간 그런 날들을 혼자서 버텨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번을 망설이다가 전화를 들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힘없는 목소리에, 안부를 물으니 또 다른 일이 터진 것 같아서 아프다는 말은 입속에서만 맴돌고 결국 잘 지낸다는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갑자기 너무 억울했다.

도대체 우리 집은 왜 맨날 이 모양일까


나는 아무래도 TV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효녀는 다시 태어나도   없겠다. 나는 어쩔  없이 나밖에 모르는,

내가 제일 중요한 그런 애인가보다. 죄책감과 억울함과 짜증이 동시에 몰려오자 눈물이 났다.


다음날에는 아픈   심해져서 도저히 집에 혼자 있을 수가 없었다.

진짜 이렇게 있다가는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하루도  버티고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아프다고 말했다. 내가 아프다는 말을 들은 엄마는 조금 무리해서 급하게 나를 데리러 왔다.


한참을 달려 엄마 집에 도착하자마자 동오를 안고 내가 한 말은 "동오야 우리 이제 살았다."였다.

진짜 왜 그렇게 안심이 되던지 이제 드디어 잠이라도 마음 편하게 잘 수 있겠구나 싶은 마음에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도 신이 나서 동오를 데리고 집까지 뛰어온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가 이렇게  동안 엄마가 아파서 누워있던걸 본적이 거의 없다.

엄마가 타고난 건강체질이어서 그랬던  아니다. 나이  엄마는 여전히  옷을 입을 정도로 말랐고 

이제 체력이 떨어져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탈이 난다. 젊었을 적에는 지금보다  말라서 50kg  되는 몸에 온갖 알레르기를 달고 살았다.

  

나는 어렸을 적 자주 아팠다. 편도선이 크게 태어나서 매일 감기를 달고 살았고 감기가 걸리면 매번 오르는 열 때문에 응급실 단골손님이었다.

외할머니는 바빴고  시절의 아빠는 무심했고 시어머니는 도움이  됐다.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는 어쩌면  또래였을 단발머리 시절의 젊은 엄마가 느꼈을 막막함을 이제야 알겠다. 그러니까 젊고 마르고 약했던 엄마가  시절에   있는 일은 그저 아프지 않는 , 아프더라도 참는 것이었을 것이다.

기껏해야 서른 언저리였을  젊음이 애처로워 슬퍼졌다.

 

 시절의 엄마는 짠하고 아직도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한 엄마가 마음 아픈데 이기적인 딸은 그걸 알면서도 아직도 엄마 그늘 아래 있고 싶은가 보다.

나는 여전히 엄마의 그늘이 오랫동안 튼튼하고 넒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그래  것처럼 


내가 아파서 해롱되는 동안 동오는 엄마와 많이 가까워졌다. 이제 동오가 잠이 들면 엄마는 동오가 깨지 않게 TV 끄고 방에 들어가서 할 정도니까


역시 동오는 누구에게도 사랑받는 사랑스러운 아이구나.

뿌듯해서 마음이 달 차오르듯 차오르는 밤.

고마워 동오, 사랑해 미숙씨


댕청댕청 동오
동오 꼬순내




수민

강아지 동오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본업은 기획자, 부캐는 동오 언니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사랑하며 살고 싶습니다.

@instagram : sumsumi_n


동오

진도 믹스 시 고르자브종 스트릿 출신 강아지

동네에 모르는 사람과 강아지가 없는 핵인싸견

하루에 두 번 산책해도 지치지 않는 개너자이저

유전자 구성이 다른데 왜 언니랑 성격이 같은지 미지수

@instagram : dogdong5



다행히 단순한 감기였고

건강의 소중함을 깨닫고..

동오와 매일 등산중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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