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두 폭

by Jane Anne


나는 잘 때 비단 두 폭을 걸치고 잔다.
만지고 있으면서도 계속 만지고 싶어 하다, 잠이 스르륵 든다. 자다가도 궁금하여 잠깐 깨서 만져보다가 어느새 또 잠이 든다.

내게 비단 한 폭이 처음 생긴 건 십여 년 전이다. 세상에 이렇게 보드랍고 매끈한 것이 또 있는지. 또르르, 손에서 물방울이 튕기는 듯하다.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하여 만져보고 비벼보다 숫제 몸을 일으켜 들여다봐도, 그 예쁜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어느 누가 비단 두 폭의 가격을 아무리 후하게 쳐준다고 하여도, 나는 눈도 껌벅하지 않을 것이다.




비단결이 새근새근 오르락내리락한다. 일여 년을 거쳐 내 곁을 찾아왔음에도, 그 숨결을 따라가다 보면 꼭 다시 우주에 다다를 것만 같다. 들숨날숨이 깊은 바닷속, 배 안을 가볍게 휘감아 하늘로 날아간다. 초승달에도 올라가 앉고, 별도 잡아서 함께 노닌다. 천사들을 만나고 있는지, 비단이 살랑이며 입을 벌린다. 그때, 지금껏 들어본 적이 없는 너무나 또렷하고 생긋한 웃음소리가 난다. 찰나의 순간이다. 너무 아름답고 예뻐 내 귀를 의심하다, 나도 천국에 와 있나? 서둘러 주위를 돌아본다.

한 번도 끊어진 적 없는 누에고치의 실을 따라 비밀의 문이 열린다. 곱디고운 한 폭의 실이 휘리릭 풀려 꿈결 같은 길이 펼쳐진다. 영원히 잠을 잘 줄 알았던 번데기를 깨워 일으킨다. 그의 죽음이 탄생시킨 황홀한 실크의 아름다움을 함께 바라본다. 그도 이제는 알았으리라, 그가 얼마나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고 떠났는지 말이다. 그의 세상이 작은 고치 안에 머물렀다 하여도, 그의 짧은 삶이 아쉽다고 하여도. 비로소 그는 눈물을 흘린다. 이제야 나비가 되어 가벼이 날아오른다. 높이 아주 높이, 끝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훨훨 날아 올라간다.




비단 두 폭이 내 곁에 함께 누워있다.
오른쪽으로 돌아누워도 왼쪽으로 돌아누워도, 비단 두 폭을 거느린 나는 참 행복하다.
한동안 무서운 걸 많이 보더니, 겁이 난 비단 한 폭이 내 옆에 꼭 붙어 있다. 침대에서 미끄러져 나와 내 품에 안긴다. 많이 큰 줄 알았는데, 다시 보드라운 살결로 새근새근 잠을 잔다.

여름에도 시원한 내 팔이 좋다며 비단 한 폭이 척 감긴다. 또 한 폭은 내 배가 좋다며 착 달라붙는다.
보드랍고 가벼워서 안고 잔 지가 만 7년, 내 한쪽 어깨가 말썽이다.

요즘은 내가 고 작은 비단결을 끌고 와 내 목 아래 걸쳐놓는다. 그러면 요 녀석이 한동안 가만히 안아준다. 그러다 슬그머니 빼버린다. 저도 팔이 아픈지, 몸을 휙 돌려 아예 저만치 가버린다. 고 녀석을 졸졸 따라가 이제는 내가 폭 안긴다.

요 녀석이 없으면 잠이 쉬이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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