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Jane Anne
Aug 30. 2021
떨어지는 빗소리에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바람이 어느새 시원해지고 있었다.
무더위에 늘어졌던 이성은 다시 맑아지고,
무뎌졌다고 생각했던 감성은 절로 짙어만 간다.
가을이 왔다...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차가워진 두 손은 따뜻한 온기에 녹아버렸다. 두근대는 마음이 심장 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설레고 떨리는 혼자만의 마음이 좋아서,
전과 달리 작은 것에도 행복해지는
마음의 너그러움이 좋아져서,
몇 번의 이별을 경험하고서도
다시 그 마음을 느껴보려고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십 대는 사랑의 시절이었다. 또한 가혹한 시기이기도 했다. 사랑도 일도 많은 것들을 고민해야 했다. 그때는 내가 사는 지금보다 두, 세배가 빨랐다. 내가 그때를 떠올리는 것은 그 사람이 그립다는 것보다는 내가 느낀 그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서일 것이다.
내 사랑이라는 마음이 그리울 뿐이다.
<키싱 부스>를 보며,
나에게도 가슴 설레며 바라보던 때와 사랑의 기쁨 그리고 아픔을 통해 성장해 나간 과정이 있었음을
떠올려본다. 쾌활하고 밝은 엘도, 그저 바라만 봐도 멋진 노아도, 오직 영화 속의 주인공에게만 있는 이야기는 아닐 거라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숨어서 보이지가 않는다.
삶이 요구하는 일들을 해 내느라고,
많은 것들이 서로에게 낯설지 않은, 흔한 일상이 되어버려서라고 변명해본다.
라디오에서는 누군가의 신청곡들이 나와 같은 마음이듯이 흘러나온다.
비 오는 가을에는 내가 아닌 듯 눈을 감아본다.
로체스터의 결혼을 앞두고 멀리 떠나야만 했던 제인 에어의 마지막 절규에, 그도 그의 사랑이 제인이었음을 열렬히 고백하고야 만다.
새벽이슬에 젖은 구두와 긴치마를 들어 올리고 들러붙은 머리칼에 오직 눈빛만이 형형했던 엘리자베스에게, 저 멀리 희뿌연 안갯속에서
역시 잠 못 들던 디아시가 걸어오고 있었다.
아직도 내 마음속에 그들처럼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다는 것에 안도한다. 그리고 나에게도 아름답고 시린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 건, 나 또한 그때에는 아름다웠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