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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o Jun 02. 2022

하루 2Km 러닝, 11일 차의 기록

어느덧, 5월 23일에 시작한 하루 2Km 달리기 11일 차다. 하루 2km 러닝이라기보다는 아직까지 걷고 산책하는 수준이지만 거의 매일 집을 나와 걷고 뛴 지 11일을 지났다는 것이 새삼 반갑다. 운동을 습관처럼 하고 싶었고 당연히 하게 되는 것들 중 하나로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러닝이기 때문에 작심삼일을 지나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나의 일상 속에서 늘 우선순위로 밀리는 것은 운동이었고, 늘 미루고 미루다 그렇게 내 몸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졌다. 일단 체력이 나빠졌고, 체중은 불었다. 내가 봐도 '지금이 인생 최고치네!'싶은 만큼. 그런데 그렇게 늘 운동을 미루던 내가 먹는 것을 조절하는 것은 둘째 치고, 일단 매일 집 앞 트랙이든 산책길이든 어디에서든 멋진 풍경을 배경 삼아 뛰고 걷고 나의 몸을 움직이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이 행위가 당장은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끈기와 인내, 지구력과 체력 등등. (살은 전혀 미동이 없다. 왜냐하면 그만큼 먹고 있기 때문^^)


오늘은 2시간 정도 걸었다. 그중에 뛴 것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빠른 걸음으로 걷고 뛰었다. 텀블러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가득 담아 나온 터라 중간중간 목이 마를 땐 한 모금씩 마시면서. 그렇게 한 걸음 두 걸음 걸었고, 또 뛰었다. 중간 지점쯤 지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목이기도 한 푸르른 산과 강을 끼고 가는 길을 마주할 때면 잠시 멈춰 서서 사진으로 담아낸다. 어쨌든 그 아름다운 풍경을 지나면 '아, 오늘도 하나 해냈구나. 나와의 약속을 지켰구나'하는 뿌듯한 마음이 든다. 


중간에 집으로 돌아갈까 하는 마음이 아주 잠시 올라올 때도 있지만 '그래도 왔는데 가야지!' 하는 내 안의 목소리가 더 커서 꼭 목적지를 찍고 돌아온다. 그렇게 걷고 나면 총 2시간이 지나있다. 사실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이 들어서 평소보다 한두 시간 늦게 몸을 일으켰다. 그런데 내 마음 한편에는 '내 기분에 지고 싶지 않아, 오늘 이 하루를 내 기분 때문에 망치고 싶지 않아'하는 마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걷기로 하고 집을 박차고 나온 것이다. 역시나 나오길 잘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내 나와 걷고, 목적지를 찍고 돌아오다 보면 내 앞에 아무도 걷지 않는 순간이 온다. 다 일하러 갔을 시간이고, 귀에 꽂은 이어폰도 빼고 잠시 고요히 머물렀다.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간간이 들리는 새 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길 가에 있는 벤치에 잠시 앉아 쉬어갔다. '여기가 천국이라면 천국이겠지' 싶었다. 내가 사는 서울에서 느낄 수 있는 잠잠함과 고요함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고, 나는 어쩌면 이 풍경을 더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려오면 늘 고민을 한다. '내려와서 살고 싶다'하는 마음. 


잠시 곁길로 빠져보자면,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은 경남 양산이고 가족이 있는 나의 고향이다. 그리고 다음 주면 다음 스텝을 위한 면접 겸 한 달째 비운 집을 관리해주기 위해 다시 서울로 올라갈 예정이다. 5월 9일에 내려와 이렇게 오랫동안 머물지는 몰랐는데, 5월이 좋아서(?), 엄마 밥이 좋아서, 이곳의 친구들이 좋아서, 이 계절의 색이 좋아서, 바다가 좋아서, 이력서는 여기서 써도 돼서(?), 친구 브라이덜 샤워 및 결혼식이 있어서 등등 여러 이유로 오랜 시간 머물렀다. 그런데 이번 주 토요일이면 친구의 결혼식을 끝으로 이곳에서의 일정이 끝난다. 즉, 내가 이곳에 더 머물 이유가 딱히 없다는 말이다. 면접이 없으면 이곳에서 취업준비를 해도 되지만, 무방하지만. 끝도 없이 늘어질 것만 같아서 나를 자꾸 다그치는 중이다. 너의 집은 양산이 아니라 이제 서울이라고. 흙흙. 

 

문득 벤치에 앉아 쉬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이곳을 걸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내일도, 모레도, 그다음 날도'와야지 하는 마음으로 누리고 다시 일어나 걸었다. 29도의 날씨에 뜨거운 더위를 뒤로하고 열심히 걷고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집으로 도착해 씻고 잠시 쉼을 누리다 집 근처 새롭게 발견한 카페에 와서 글을 쓴다. 물론 서울에 있으면서도 자주 오면 되겠지만 그게 쉽지 않으니까. 아무튼 한 달을 있어도 아쉬운 게 집이다. 

올라가서 아쉽지 않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늘 그랬듯 계속 걷고, 좋은 풍경 많이 담고, 서울에 올라가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 꺼내보면서 어디론가 또 뛰고 걸으러 가야지. 서울에서도 멈추지 않을 나의 하루 2km 달리기. 


아무튼 구구절절 긴 글 끝에, 하루 2km 러닝, 오늘도 완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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