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먹자 파티'와 김장

-마감을 전후로 일어난 일

by 최혜정

46

마감은 사람을 피폐하게 합니다.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글 쓰는 일에만 집중해야 하는 나날이라니... 그렇게 보름 정도를 보내고 나니 제게 남은 건 불면으로 인한 피곤과 어깨·허리 통증, 빠지지 않는 살뿐이네요.ㅠ.ㅠ


지난 6개월여 작업해 온 사사(社史) 원고를 지난 목요일에 간신히 마감했습니다. 원고지 매수로 환산하면 550매가량의 원고를 쓴 셈이에요. 사실 시간이 촉박해 '제시간 내에 마감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던 프로젝트였는데, 역시 사람이 못할 일은 없나 봅니다. 기획사 측에서 마감일을 조금 늘려주긴 했지만, 결국 해낸 걸 보면요. 그래서 그런가, 평소라면 글의 완성도를 먼저 생각했을 텐데, 이번 프로젝트는 그보다 'I can do it'의 만족감이 너무 크네요.


하지만 마감하는 동안 요가수업은 한 번도 못 갔고 PT수업마저 계속 미뤘던 터라, 몸 상태는 썩 좋질 않은 상황이에요. 오른쪽 어깨와 팔이 쑤시고 저리고, 손목은 시큰거리고, 허리도 너무 아프네요. 늘 마감을 '벼락치기'에 의존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는 듯합니다. 이렇게 호흡이 길고 써야 할 원고량이 많은 프로젝트는 '벼락치기'로는 소화가 불가능하다는 걸, '지금의 나'뿐만 아니라 '미래의 나'도 잊지 말아야 할 텐데요.




마감 다음날에는 친구들과 먹자 파티를 벌였어요. 강남 사당역 인근에 있는 '바제'라는 생면 파스타집에서요. 여기, 기대 이상의 맛집이더군요. 지알로 뽀모도로 토마토 딸리올리니(18,000원), 까르보나라 딸리올리니(18,000원), 아란치니(8,000원), 그리고 맥주와 와인을 먹었는데, 하나같이 '취향저격'이었어요! 캐치테이블로 미리 예약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70분이란 시간제한이 있지만, 다음에 또 가고 싶은 곳이에요. 아, 매장은 굉장히 아담하고 바 형태로 좌석이 되어 있고요, 오너 셰프님이 요리부터 서빙까지 다 하시기 때문에 음식이 나오는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 참고하시길요.

KakaoTalk_20231121_133918066_1.jpg 쫄깃한 면발과 느끼하지 않은 소스의 조합이 끝내줬던 까르보나라 딸리올리니.




그리고 일요일엔 김장을 했답니다. 제가 생각해도 너무 하드한 스케줄이지만, 간신히 건강을 회복한 친정엄마가 강권한 스케줄이라 어쩔 수가 없었어요.ㅠ.ㅠ 그렇게 아침 일찍 절인 배추와 무를 실으러 강화 친정집에 갔다가 돌아와선 부랴부랴 마트행. 까놓은 쪽파(흙 쪽파의 2배 가격이더군요!)를 사고 깐 마늘과 흙 생강을 사 와선 얘들을 씻고 썰고 껍질을 벗겨서 믹서에 갈고 찹쌀풀을 쒔답니다. 재료 준비를 다해놓고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니, 헐, 우리 어머니 김장 날짜를 잊으셨네.ㅠ.ㅠ


"엄마, 오늘 김장하기로 했잖아요? 내가 벌써부터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그러게, 네가 김장하자고 한 건 기억을 하는데, 날짜가 언제였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렸네. 진즉에 한 번 더 얘길 해주지..."


이런 이유로 절인 배추와 무를 실어온 시간은 오전 11시 전후였지만, 김장을 시작한 시간은 오후 5시를 지나서였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누이님과 조카들이 온 덕분에 생각보다 빨리, 2시간 만에 마무리했다는 거예요. 정리까지 싹 마친 후 보쌈을 배달시켜 다 함께 저녁을 먹으니 꿀맛이네요.^^


올해도 두 어머니의 정성으로 김장을 잘 마쳤습니다. 이제 김치냉장고에서 잘 숙성시키는 일만 남았네요. 엄마들, 고마워요, 올해는 물론 내년 식탁까지 책임져줘서!


KakaoTalk_20231121_140749841_01.jpg 두 엄마의 정성으로 담근 우리 집 김장김치. 올해도 맛있어져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 아프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