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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지향적 인간

-바디프로필, 찍을 수 있을까?

by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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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목표지향적 인간의 전형입니다. 목표가 있을 땐 뭐든 엄청 열심히 하지만, 목표가 없을 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당장 해야 할 일이 있거나,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을 땐 또 다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저는 에너지가 완전히 소진돼 침대를 떠나지 않습니다. 그냥 침대와 물아일체가 되는 거죠. 그러다 쉼 없이 잠에 빠져들기도 하고요. 가끔은 이런 것도 우울감의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제가 매년 올해의 목표를 세우는 것도 그래서예요. 목표를 이루든 못 이루든, 목표마저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저 자신을 잘 아니까요.


올해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바디프로필 찍기, 두 번째는 열심히 일해 돈을 많이 벌어서 저축액수 늘리기.


뭐 두 번째야 매년 세우는 목표 중 하나이니 놀라울 게 없지만, 첫 번째 같은 경우 주변에 공공연하게 말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저 스스로 '나이 50에 바디프로필이 말이 돼?'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거든요. 뭐,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애 둘 낳은 아줌마 몸이 예쁠 리는 없잖아요?(물론 미리 관리를 잘하셔서 예쁜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ㅠ.ㅠ) 그러니 젊은 친구들처럼 내 인생 최고의 몸을 사진으로 남기겠다, 는 포부는 당연히 아니고, 그렇다고 연예인들처럼 외모가 먹고사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직업도 아니니, 따지고 보면 꽤나 뜬금없는 목표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편,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올해 생일이 지나면 말 그대로 50이 되는 건데, 그래도 반백년이나 살았으니 나 스스로 기념할 만한 게 하나쯤 있어도 좋지 않을까? 게다가 지금이 바로 내가 제일 젊을 때잖아? 그러니 더 늙기 전에 한번 도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지', 뭐 이런 생각요.


그래서 여기저기 소문을 냈습니다.

"나, 6월에 바디프로필 찍을 거야."


다들 아시죠? 생각은 아무 힘이 없다는 걸요.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단 남편한테 말하고, 내 도전을 도와줄 헬스 트레이너에게 말하고, 절친들에게도 자랑하듯 떠벌렸어요. 실제로 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배수진을 친 거죠.


물론 아직 도전을 시작하진 않았습니다.^^;; 바디프로필 찍을 정도가 되려면 최소 3kg는 감량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 빡세게(!) 운동에 매달려야 할 텐데,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이기도 하고 3월까지 무조건 끝내야 하는 엄청 급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기도 해서요.


지금 생각으론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열심히 해서 생일 전에(제가 7월생이거든요) 찍는 게 목표인데, 아직 기간이 좀 남아 있다 보니 혹시라도 목표의식이 흐려질까 하는 불안감이 들어 브런치에도 목표를 공개해 봅니다. 이 정도 소문을 내면 어떻게든 해내리라 믿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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