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이 넘어서도 여전히 배우고 성장할 게 남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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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이 말씀하시길 '五十而知天命(오십이지천명, 오십이면 하늘의 명을 깨달아 알게 된다)'이라고 하셨는데, 이는 역시 공자님 같은 성인(聖人)에게나 적용되는 말인가 봅니다. 저는 오십이 넘었는데도 하늘의 명을 깨닫기는커녕 '나는 여전히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것만 깨닫고 있으니 말이에요. 매일 배우고 또 배우며 조금씩 성장하는 요즘입니다.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재미난 얘기를 읽었습니다. 중소기업의 고객담당 직원에 관한 얘기였는데, 이 직원의 업무가 고객의 클레임을 해결하는 일이었나 봐요. 그런데 좀처럼 회사로 고객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없었대요. 그러자 상사들은 이런 생각을 한 거죠. '저 친구는 하는 일이 별로 없네. 그렇다면 굳이 계속 고용할 필요가 있을까?' 결국 그 직원은 회사를 그만두게 됐고, 그 이후부터 고객 전화가 빗발쳐서 다른 부서 직원들까지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거예요. 알고 보니 그 직원은 카톡이나 문자메시지, 고객게시판 Q&A 등을 활용해 고객 클레임을 빠르게 해결해 왔던 거죠. 그러니 고객들이 전화할 일이 없을 수밖에요. 그 글을 공유한 사람은 아마 직장동료인 모양인데, 회사가 가만히 '일 잘하는 사람'을 내보낸 탓에 남은 사람들만 '개고생'하고 있다고 한탄하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이 이야기를 읽고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첫 번째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해선 안 되겠구나'라는 새삼스런 깨달음이었고, 두 번째는 '일을 잘한다라는 건 대체 무얼 의미하는 걸까?'라는 질문이었어요. 그래서 남편과 밥을 먹으며 이 얘기를 들려주고 "자기가 생각할 때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야?"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남편이 이런 얘길 들려주더군요.
"내가 3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해보니 '진짜 일 잘하는 사람'과 '맘에 들게 일하는 사람'은 다르더라. '맘에 들게 일하는 사람'은 거슬리는 게 없는 사람이야. 상사가 요구하는 걸 잘 따라오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거나 불안할 일이 없지. 하지만 창의적이진 못해. 그에 비해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겉으로 봤을 땐 뭔가 부산스럽고 어딘지 모르게 불안 불안해.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의심스러울 때도 있고. 하지만 고객 신뢰도는 최상이야.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늘 고객 중심으로 움직이거든. 어떻게 하면 고객의 불만을 빨리 해결해 줄까를 먼저 고민하니까 고객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지.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이런 사람이야. 이런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놓치면 조직의 성장도 더뎌지는 거지."
남편의 얘길 듣고 저는 이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첫째, '맘에 들게 일하는 사람'이 상사의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진짜 일 잘하는 사람'은 고객의 관점에서 일을 바라보는 사람이구나. 둘째, 나의 관점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구나. 또, 50이 넘어도 배울 건 여전히 차고 넘치는구나, 나는 얼마나 모르는 게 많은 사람인가,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
늘 생각하는 거지만 배움은 정말이지 끝이 없네요. 그나마 위안을 삼는 건, 제가 배우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여전히 부족하고 모자란 중에도 이건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