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삶에 따듯함이 되고 싶다
작년 봄에 직업상담사를 대상으로 하루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날 강의장에서 처음 뵌 한 미소가 아름다우신 은퇴를 앞둔 선생님이 있었다.
쉬는 시간에 연락처를 받아가시더니 그 해 여름에 삼남매 먹이라며 토마토며 가지며 이것저것을 챙겨 보내주셨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그 선생님은 올해도 토마토, 호박, 가지, 감자, 상추, 깻잎, 고추 같은 소중한 작물들을 한 상자 가득 보내주셨다.
“삼남매와 맛있게 드세요.”
투박한 우체국 택배 상자 하나로 전해진 그 마음이, 참 묵직한 사랑을 담고 있다.
늦은 나이에 어린 삼남매를 키우는 내게 이런 정은 감동이 크다.
토마토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삼남매도 그걸 아는 듯 오물오물 잘도 먹는다.
사랑이 담긴 음식은 알아보는 모양이다.
전국으로 강의를 다니다 보면, 잊기 힘든 순간들을 자주 만난다.
전남 순천에서는 수강생들과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한 분이 “강사님,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좋아서요.”라며 칼국수 두 그릇을 포장해 주셨다.
여수에서는 3일간 강의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내 차 트렁크에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아주셨다. 그리고 보온병에 담긴 따듯한 커피와 쿠키를 손에 쥐어주시며
“혼자 운전하시다 출출하면 드세요”라며 미소를 지으셨다.
물론 그렇게 따뜻한 일만 있는 건 아니다.
강의를 마치고 노트북을 챙기는데 내게 오셔서 강의가 불편했다고 하셨다.
은퇴 후 상담을 공부 중이신 전직 경찰 선생님은 내 강의 중 “속임수도 삶의 일부”라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놀이를 통해 이를 배워야 한다는 내용을 듣고 마음이 상하셨단다.
“정직하게 살아온 내 삶을 부정하는 것처럼 느껴졌다”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에게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게 있다.
세상은 반드시 정직하거나 옳은 정답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놀이나 보드게임, 경매게임 같은 활동을 통해 ‘삶의 기술’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고 싶다.
속임수도, 협상도, 양보도, 그것이 때로는 필요한 삶의 일부라는 걸.
내가 살아온 길을 돌아보면 함께였기에 가능한 일이 대부분이었다.
넘어졌을 때, 어디선가 누군가 손을 내밀어주었다.
그렇게 겨우겨우 걸어온 삶이었다.
그런 도움을 받을 때마다 ‘나도 언젠가 돌려주자’ 다짐했다.
괴산에서 치유스테이와 공방스테이를 운영하시는 선생님은, 그런 마음을 실천하고 계신 분이다.
매년 보내주시는 작물만큼이나 따뜻한 마음이 삼남매에게도 잘 전해졌길 바란다.
나도 그분처럼,
살아 있는 따뜻함을 품은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