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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진 Oct 19. 2022

11. 생각의 개념

  



  하루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산다고 하더니 의식의 흐름은 과거와 현재를 수도 없이 오갔다.

  올해는 아무것도 안 하고, 머리를 비우고 살겠다고 다짐했었다. 서른아홉 된 아들 결혼식 치르는 것만으로도 할 일은 다 해낸 것이 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던 삶이 무료했던 것일까?

  올해는 글을 쓰지 않고 머리를 비우고 쉴 거라고 했으면서도 쓰고 있지 않아 행복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글을 쓰면서 성취감을 느껴.”

  자꾸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글쓰기에 대한 기대도 올라오고, 예전에 쓰고자 했던 이야기의 실마리가 올라왔다 사라지기도 했다.

  [생각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생각나는 게 생각이므로 아예 생각하지 않아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라지만,

  폐일언하고 좀돌팥 뽑기를 하면서 생각의 개념을 정리했다.

  생각은 좀돌팥과 같았다.     

  특히나 맥문동 자리에 난 좀돌팥은 하루 이틀만 지나면 2센티에서 3센티가 되는 풀이 올라왔다. 그때마다 100개씩이나 되는 풀을 뽑아내곤 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 가면 또 다른 풀이 올라와 있었다.

  언제 뿌려진 씨앗이 이렇게나 많이 올라오는 것이냐!

  뽑다가 깨달았다. 매일매일 올라오는 이 싹들은 아마도 작년, 재작년, 그보다 더 오래전에 뿌려졌을지도 모른다고. 그것들이 빈자리를 찾아 올라오고 있는 거라고.

  생각도 그러하였다. 지금 올라오고 있는 생각의 뿌리는 과거에 마무리되지 않은, 그러니까 흙으로 덮어 버리듯 지나쳐 버린 사연들이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올라오는 것이라고.

  올라오는 생각들을 막지 않고 한 번 되새김하고는 좀돌팥을 뽑듯 지워냈다.

  몇 날이 지났을까? 신기하게도 생각들이 올라오지 않았다. 잠깐 올라오기도 했지만 바람과, 매미 소리와, 나뭇잎들의 흔들림 혹은 좀돌팥을 뽑는 그 순간만이 남았다. 생각들이 사라지고 머릿속은 비워졌다.

  다시 또 깊숙이 심어진 생각의 씨앗이 올라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난 그저 좀돌팥을 뽑기 위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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