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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진 Oct 15. 2022

9. 맥문동 꽃밭 3

    

  어쩌다 과거 생각이 올라왔는지 모르지만 한 번 올라온 생각은 꼬리를 물고 올라왔다. 좀돌팥 싹 싹이 끊임없이 올라오는 것과 유사했다.

  특히나 맥문동 자리는 좀돌팥 싹들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어제 새로 올라온 싹을 100개 정도 뽑아 올렸는데 그다음 날 가면 또다시 싹이 100개 정도 올라와 있었다. 그러니까 새롭게 올라오는 좀돌팥 싹은 작년에 뿌려졌던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어느 해인지도 모르게 뿌려졌던 씨앗들이 땅속 깊숙이 박혀 있다가 자리가 나면 계속 올라오는 것이었다. 마치 생각처럼.

  내가 지금 하는 생각의 씨앗은 언제 뿌려졌던 것일까?

  어제는 막내 여동생의 기일이었다. 53살의 나이에 타국에서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오래전에 미국에 정착했던 시부모가 불러들였지만 그저 뒷수발이 필요했던 모양이었다. 경제력이 없는 제랑은 한국에 남았고 생활비도 보내주지 않았다. 동생은 경험도 없는 네일아트 일을 해 딸과 아들 뒷바라지를 했다. 큰 아이인 딸이 미국에서 임용고시에 합격했는데 동생은 말기 암에 걸려 있었다. 11년 동안 한국에 나오지도 않더니 자신이 죽을 줄 예감을 했는지 한국에 나와서 가족들을 보고 갔다. 그리고 몇 달 뒤 세상을 떠났다.

  가난하게 살았지만 나는,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도 늘 행복했다. 그 이유는 형제들이 화목했기 때문이었다. 2남 5녀였는데 우리는 싸워본 적이 없었다. 나는 생각했다. 나도 결혼하면 아이들을 많이 낳으리라고.

  그렇게 된 것은 엄마의 영향이 컸다. 엄마는 동네 대모님이었다. 아줌마들은 고민이 있으면 다 엄마에게 와서 털어놓고 해결책을 얻어 갔다. 처음엔 방이 하나여서, 나중에는 반 두 개짜리로 이사를 하였지만, 엄마랑 동네 사람들이랑 하는 말소리는 일부러 엿듣지 않아도 다 들렸다.

  가만 보면 엄마가 내어주는 해결책은 별것이 없었다. 엄마는 그들의 고민은 들어주었고 보조를 맞춰 주었다.

  “그런 게, 당연히 화도 낫겠구먼.”

  그러면 아줌마들은 웃으면서 방을 나갔다. 서로 싸웠던 두 사람이 따로따로 오기도 했다. 그러면 엄마는 두 사람 말을 듣고 서로 칭찬을 해가면서 멀어졌던 사이를 딱 붙여주곤 하였다. 그런 엄마가 참 멋져 보였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한 가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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