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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서진 Oct 15. 2022

7. 맥문동 꽃밭 1

  

  좀돌팥 줄기를 뽑으면서 제일 충격을 받은 장소는 맥문동 꽃밭이다.

  놀랍게도, 내가 사는 105동 바로 옆 화단에 있었다.

  화단 옆을 지나가면서 속으로 생각했었다. 좀돌팥 사냥꾼이 옆에 살고 있으니 그 호사로, 너희들은 풀에 뒤덮이는 따위 일은 절대로 없게 해 주겠다는!

  아파트 현관 옆 화단은 울타리와 배수구가 길게 이어진 삼각주 모양의 화단인데 아주 커다란 소나무 세 그루가 심겨 있다. 각각의 소나무마다 지지대를 해두었는데 모서리 부분에 철쭉이 심겨 있는 것 빼고는 맥문동이 자리를 거의 차지하고 있었다.

  그중 삼각뿔 양쪽으로 난 길에 의자가 놓여 있다. 주민들이 잠깐 앉아 통화도 하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다가 쉬기도 한다. 혹은 눈치를 보면서 애연가들이 담배를 피우는 장소이기도 하다.

  난초 잎을 닮은 맥문동은 색깔도 진하고 무성했다. 꽃대를 밀어 올리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맥문동 꽃을 보았는지에 대한 기억은 흐릿했다.

  “여기는 깨끗하네!”

  맥문동 앞에 서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다 무심코, 배수구가 있는 울타리 쪽으로 한 바퀴 돌다 경악을 했다.

  “맙소사!”

  울타리 쪽 맥문동 중앙이 좀돌팥들로 온전히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는데 왈칵 눈물이 솟았다. 그래서 잠깐 그대로 서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맥문동은 그늘에서 자라는 식물이다. 그런데 형체를 가두어 버릴 만큼 뒤덮어 버리다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일단 숨부터 크게 몰아 쉬었다.

  “이 잔인한 놈들!”

  총알 같은 말을 쏘며 줄기를 잡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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