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하게 여겨지는 일이 있고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좀돌팥도 만만하게 여기는 나무가 있는 것 같다. 바로 남천이다. 대개의 나무가 그렇듯이 뿌리 위로 나무 기둥이 있고 위로 가지를 뻗어 가면서 나뭇잎을 매달아 놓는다.
남천은 가는 다리 위로 가지들이 부채를 편 것처럼 활짝 뻗어 나가는 나무다. 문제는 매끈하고 가는 다리를 좀돌팥이 만만하게 보고 감고 올라간다는 것이다. 볼펜 스프링처럼 촘촘하게 돌돌 말린 남천은 점점 좀돌팥 이파리에 뒤덮이게 된다. 아파트에 남천이 몇 군데 있는데 유치원 근처에서 자라는 키가 좀 큰 남천 빼놓고는 모두 좀돌팥에 휘감겼다.
다리는 가늘지만, 남천 이파리도 건강한 깃털처럼 만만치 않게 팽팽하다. 하지만 감아올리며 덮어 버리는 것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으랴. 그래서 나는 일부러 남천만 보이면 주변까지 좀돌팥이 있나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