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모금 못 마시는 나
취했네
담장 울타리를 두르고
서있던 화살나무
빨갛게 물든 화살에
쏘였네
순간,
물에 풀린 물감처럼
가을 물이 심장에 번지고 말았네
화살나무에 쏘인 나
대낮부터
벌겋게 취한 채
사진을 찍어 아무에게나
하트를 날리고 말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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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을 빙 두르고 있는 화살나무가
잎을 붉게 물들였다.
눈동자가 저절로 확대된다.
홀딱 반한 나는, 실실 웃으며 셔터를 누른 뒤
공수표 같은 사진을 마구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