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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Oct 20. 2023

에필로그 : 마음 편한 식사

소식좌 사회생활백서 맺음말

 태어날 때부터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은 부쩍 먹는 것에 관심이 든다. 아무래도 <소식좌 사회생활백서>를 기획하고 집필하며 일어난 일이리라. 내가 쓴 글을 내가 지키지 못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오늘도 신경 쓴다. 


 음식은 남기지 않았는지.

 건강한 기분을 주는 음식을 먹었는지.

 식사가 얼마나 마음 편했는지.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편한 식사'다. 음식을 많이 먹지 못하는 내게 식사란 부담스러움 그 자체였다. '많이 먹는 것이 보기 좋은 것'이라는 사회적 인식과 맞서며 "못 먹어요!"를 외쳐야 했으니까. 그런 걸 보면 처음에는 소식에 관한 얘기를 하려 했는데 쓰다 보니 잔소리처럼 건강까지 얘기하게 됐다. 그렇게 건강한 사람도 아니면서. 

 그러나 내가 건강을 챙기려는 마음은 이와 같다.


영혼에게 선은 육체에게 건강과 같은 것이다.
선을 이미 지니고 있을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인생독본 중-


 여기서 말하는 포인트는 '선'이겠지만, 조금만 다르게 보면 건강을 잃기 전까지 건강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건강하지 않은 삶을 살았기에, 건강을 생각하게 되는 아이러니랄까. 겸사겸사 마음 편한 일을 찾으며 영혼의 선도 챙기려 한다. 아무래도 영혼의 선도 지니지 못했나 보다.


 식이장애와 강박. 벗어나기 힘든 마음의 감옥에서 탈출해 보려 오늘도 식사를 준비한다.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욕심은 내려두고 두유 한 팩을 꺼내먹고 야채를 씻고 간단하게 고기를 구워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과식을 하지 않기 위해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먹는다.

 식이장애를 이겨내고자 한 지난 이 년. 술 먹고 토한 것을 제외하면 억지로 구토를 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매일같이, 하루 세 번은 했던 일인데 이제 적정량만 먹는 게 익숙해졌다. 이에 긁혀 까진 손등은 나을 틈이 없었는데, 이제는 흉터조차 보이지 않는다. 다 아물어 가는 중이지만, 역시 상처가 다시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사는 것이 마음 편하다면, 그렇게 해도 좋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래도 각박한 세상 속에 나까지 각박하게 굴기 싫어서.

 그래도 한 번은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진짜로 편안한지.


 사시사철 마음에 태풍이 부는 내게는 편안한 마음이 무척이나 중요해서, 자꾸 물어보게 되는 것 같다. 진짜 마음 편한 일은 무엇인가요? 진짜진짜 마음이 편안하세요?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물어보게 된다. 답은 바로 하지 않아도 괜찮다. 모르면 알아가면 되니까.


 긴 여정을 함께 해준 분들께 모두 감사를 올리며.

 읽어주신 분들의 건강을 빌며.

 맺음글을 마무리한다.






*4개의 챕터, 40 편으로 구성된 <소식좌 사회생활백서>와 함께할 출판사를 찾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소개 : 이수연

남들보다 '덜' 먹는 사람.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더 먹어"였다. 성인이 되어 우울증과 함께 공황장애, 식이장애를 앓았으며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더 드세요"를 가장 많이 들었다. 지금은 식이장애를 극복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소식좌로 살아가고 있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등을 썼다.


Insta @suyeon_lee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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