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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Oct 20. 2023

체중계 제한하기

소식좌 사회생활백서(4)

 여기까지 오신 분들을 환영한다. 식이장애에서 소식 라이프, 사회와 어울리는 방법을 넘어 건강을 챙기기로 한 마음까지. 사실 내게 건강이란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딱히 건강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지라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 그리지도 못했다. 그러나 식이장애 극복을 위해 식이조절의 길을 간지 일 년. 이제 나는 억지로 구토를 하지도, 강박에 사로잡히지도 않는다. 건강한 삶을 꿈꾼다. 개운함과 함께 일어나고 활동하기 충분한 체력을 가진, 그런 삶을.


건강한 소식좌로 살아남기


 그런 의미에서 건강한 소식좌로 살아남기는 식이장애를 조절하고 건강하게 한 끼를 먹는 방법에 관해 소개할 예정이다. 물론 모든 소식인이 식이장애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먼저 밝혀둔다. 나 역시 식이장애 이전에도 이미 소식인의 기질을 타고났으니까. 거기에 강박적 증상이 더해진 것이지, 식이장애가 나 자신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통용될 수 있는 기본적인 팁이라고 보면 된다.

 또한 일반인이지만, 소식인을 지향한다면 이번 챕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인도 다이어트나 건강의 이유로 식이조절을 하기도 하니까. 식이조절과 건강한 소식. 그게 이번 챕터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신에게 체중은 어떤 의미인가요?


 그래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것은 체중계 이야기다. 앞서 밝힌 대로 나는 체중에 관해 엄청난 강박을 지니고 있었다. 하루 수십 번은 물론, 일정 체중 이상이 되면 구토를 하거나 굶었다. 체중이란 수치에 지나지 않지만, 그때 나에게는 세상의 기준 같았다.

 그렇다고 내가 특별한 것일까? 주변을 둘러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나의 행동은 극단적인 느낌이 있지만, 체중에 스트레스받는 사람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하루 몇 번씩 체중을 잰다거나, 체중이 오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과식 이후 오른 체중에 죄책감을 가진다거나.

 체중 조절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강박적 의식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기 마련. 목표치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에게 체중계란 성공과 실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되어버린다.


 나는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이 체중에 일희일비하고 있다면, 당신에게 중요한 것은 진짜 체중계에 나온 ‘숫자’인가? 수치적으로 높고 낮음이 정말로 중요한가? 물론 강박에 사로잡힌 나는 수치적 높고 낮음이 중요했지만, 더 깊게 파고들면 중요한 것은 체중이 아니었다. 바로 ‘원하는 몸매’에 대한 갈망이었다.


 원하는 정도의 마른 몸을 가지고 싶다. 이 마음은 수치로 반영되어 나왔다. 숫자는 한눈에 비교할 수 있으니 빠지면 빠질수록 내가 ‘원하는’ 몸매에 가까워졌다고 만족한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일이 키로가 더 나간다고 내 몸은 갑자기 살이 쪄 보이지 않았으며 그만큼 빠진다고 쉽게 태가 나지도 않았다. 결국 ‘원하는 몸매’ = ‘낮은 수치’로 인지적 오류를 범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중계를 제한하기 이전, 먼저 원하는 몸매에 관해 충분히 이미지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요즘은 ‘눈바디’라고 해서 인바디를 재는 것이 아닌, 눈으로 몸매를 계속 확인한다고 하지 않나. 자신이 원하는 태가 나는지 객관적으로 ‘눈’을 통해 보는 일이 체중계의 숫자에 연연하는 것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제야 비로소 체중계는 그저 보조적 수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체중계 제한하기


 만약 여기까지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체중계를 조절할 차례다. 운동을 한다면 보통 헬스장에 비치된 체중계를 많이 이용할 것이다. 매번 같은 시간에 운동을 간다면 헬스장에서 재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사회에 치이다 보면 마음처럼 헬스장에 가기 어렵다. 게다가 헬스장에 가기 전 식사를 했는지에 따라 체중은 다르게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추천하는 것은 매일 아침, 화장실을 다녀온 뒤 공복상태로 체중을 재는 것. 이때 체중은 가장 낮은 수치가 나오며 일정한 상황에서 체중을 체크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중요한 것은 똑같은 ‘상태’에서 체중을 체크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말한다면, 누군가는 매일 아침 화장실에 다녀오고 체중을 체크할지도 모른다. 어느 날은 조금 오르고 어느 날은 조금 빠지는 수치에 다시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 체중조절을 하고 있다면 전 날보다 0.5kg을 쪘다며 어제의 자신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이는 좋지 않다. 체중에 감정을 담으면 안 된다. 하루라는 것은 너무나 큰 변수가 있다. 그렇기에 하나 더 추천하는 것. 체중은 일주일 단위로 체크하자.

 꼭 일주일마다 체크할 필요는 없다. 이 주도 괜찮고 한 달도 괜찮다. 다만 매일 재는 것은 지양하자는 의미다. 하루하루 기뻐하고 후회하기보다 지금 내 신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체중을 재는 것이 마음에도 이롭다. 기준이 일주일이라면, 일주일에 한 번만 지난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이고 한 달에 한 번이라면 한 달에 한 번 즈음은 지난달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이렇게 기쁨과 후회가 아닌, 회고의 의미로 체중계를 사용하자. 목표치에 벗어났다면 앞으로일 일주일, 한 달을 잘 해내면 되는 것이다.


다시 포인트. 체중이 감정이 되어선 안 된다. 체중계는 회고록에 불과하다.

당신에게는 더 잘 해낼 수 있는 앞으로의 시간이 있다.


 여기서 나와 같이 강박이 있는 사람이라면, 우리 몸은 생각보다 항상성이 있어 급격하게 체중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이는 ‘원하는 몸매’ = ‘낮은 체중’이라는 인지적 오류를 더 현실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먹고 싶은 것을 먹어도 괜찮으며, 강박적인 행동을 하지 않아도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의 경험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 합리적이지 않은 낮은 체중을 바라는 마음이 조금은 현실성 있게 변화할 마음의 씨앗을 심어준다.

 실제로 병원에서도 식이장애 환자는 일정 간격에 딱 한 번 체중을 젤 수 있게 체중계를 제한한다. 나 역시 체중계에 오를 때 제지당했으니까. 매일 말라가는 자신을 확인하고 싶었고 그 모습에 만족하고 싶었다. 하지만 체중계를 제한하면서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눈’으로 보이는 나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되고 체중에 있어서도 더 넓은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건강한 모습이 진짜 아름다움이라면서.


부디 오늘도 숫자라는 유혹을 뿌리치고 세상의 눈으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찾아나가길.






작가소개 : 이수연

남들보다 '덜' 먹는 사람.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더 먹어"였다. 성인이 되어 우울증과 함께 공황장애, 식이장애를 앓았으며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더 드세요"를 가장 많이 들었다. 지금은 식이장애를 극복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소식좌로 살아가고 있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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