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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연 Oct 20. 2023

음식과 기분의 상관관계

소식좌 사회생활백서(4)

 음식과 기분의 상관관계에 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내 삶의 태도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 참고로 나는 TCI 검사(기질 및 성격검사)에서 타인수용과 공감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나 자신에겐 각박하게 군다고 나온 TCI 검사 결과였지만, 타인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나의 삶의 태도와 관련 있다. 우리는 모두 다르다. 그것이 내가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 안에서 나는 자유롭다. 왜냐하면 나도 그들과 다르기 때문이다. 다르다고 이상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아니다. 그냥 다른 거다. 사람은 제각각 살아온 삶도, 경험도, 추구하는 의미도 다르다. 나름의 이유로, 나름의 삶으로. 모두 인정받기 충분한 삶인 것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음식 얘기를 하는데 이런 거창한 얘길 꺼내는 이유는, 음식과 기분의 상관관계는 우리 모두 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탄수화물을 든든하게 먹어야 일할 기분이 나고,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탄수화물을 먹으면 졸음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고기를 소화하기 힘들 수 있고 누군가는 고기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왜 그런 짤이 있지 않은가. 장수하신 어르신들께 장수의 비밀을 묻자 한 어르신은 “술은 절대 안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며 담배를 피우고 계시고, 다른 어르신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거요.”라면서 술을 매일 마신다고 대답하는.



요점은 유전자라고 합니다


 이처럼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이 어떻게 신체와 기분에 영향을 줄지 자신이 아니면 찾아내기 힘들다. 과학적 증거로 무엇이 몸에 좋고 무엇이 몸에 나쁜지를 가려낸다 해도 음식은 변수가 많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아내기 힘들다. ‘식사는 기분’을 주장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닌데, <더 시스템 the system>의 저자 스콧 애덤스는 이렇게 말한다.


“일상에서 직접 관찰을 해보면 음식이 기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당신의 기분을 살펴보고 최근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떠올려보라. 패턴을 찾아보라는 말이다.”

<더 시스템_311~312p>


 스콧 애덤스는 말한다. 사람마다 음식에 관한 반응이 다를 수 있고, 날마다 영양소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쏟아지는 세상에서 모든 식이요법 연구 결과를 다 믿을 수도 없다. 캐비어를 먹는 사람들이 장수를 할 수 있으나, 캐비어 때문에 장수한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게다가 식이요법 연구는 특정 집단만을 대상 하는 경우도 있기에 마냥 신뢰할 수 없다고. 나는 식이요법 연구에 의심까지 더하고 싶진 않지만, 비슷하게 생각한다. 음식에 따라 하루의 기분이, 컨디션이 결정된다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 기분이 좋진 않으니까.


자신을 연구하자


 그렇다면 음식과 기분의 상관관계는 어떻게 찾아내야 하는 걸까? 나는 자신을 연구하는 기분으로 음식을 음미하길 추천한다. 오늘 내가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고 그 이후 몸의 변화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스콧 애덤스는 운동 전 간식으로 먹기 좋은 탄수화물은 ‘파스타’라고 했다. 나라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나는 같은 탄수화물이라도 빵을 먹으면 비교적 흰쌀밥보다 덜 피곤함이 든다. 그래서 든든한 간식은 베이글이 되기 마련이다.


 이 모든 것이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점심에는 탄수화물을 잔뜩 먹고 자신의 상태를 체크해 보자. 아마 졸릴 것이다. 그런데, 점심을 먹으면 다 졸리지 않나? 그렇다면 같은 식단의 탄수화물을 아침이나 저녁에 먹어보자. 여전히 졸리지 않을까(아닐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졸린 기분을 기억한 채 다음날 점심으로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을 잔뜩 먹어보자. 어떤 기분이 들까? 똑같은 정도로 피곤함이 느껴질까? 식단이 바뀌었을 때의 느낌을 다시 기억하고 다음에는 같은 식사시간에 채소 위주로 먹어보자.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러한 면에서 나는 매일 음식을 먹고 기분을 살핀다. 흰쌀밥은 내게 쥐약이어서 속도 불편하고 몸도 피곤하게 만든다. 이런 컨디션에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잡곡밥은 그나마 낫지만, 역시 조금 무거운 감이 있다. 대신 채소 위주로 먹으면 속이 가벼워 기분도 가벼워진다. 아무것도 먹기 싫을 때에는 간식으로 초콜릿이나 과자같이 단 것을 먹었지만, 어떤 날에는 견과류로 간식을 바꿔보았다. 이때도 피곤함이 줄어들었다. 아마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내리지 않기 때문이었겠지.




 여기까지 대충 음식과 나의 호환관계를 살폈다면, 본격적으로 식단에 적용해 보면 좋다. 나같이 채소가 기분을 가볍게 만들어 준다면 똑같이 한식을 먹더라도 나물 위주의 밑반찬을 먼저 충분히 먹는다. 그 뒤 고기를 먹고 마지막으로 밥을 약간 먹는다. 탄수화물은 내게 거의 수면제에 가까워 최대한 마지막에 적은 양만 먹는다. 그렇다면 점심에 똑같이 순댓국을 먹어도 탄수화물이 적으니 피곤함이 덜하다. 든든하게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피곤함까지 잡는 노하우인 것이다.


정답은 찾아가는 것


 누누이 말하지만, 음식에 따른 기분변화는 사람마다 다르다. 사람의 몸도 다르다. 누군가는 유당불내증이 있고 누군가는 알레르기가 있으며 누군가는 당뇨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누구는 뭘 먹든 피곤하지 않은 슈퍼 바디일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몸에 안전한 음식을 기분 좋게 먹는 일이지 않을까. 음식을 먹어서 피곤한 것보다 즐겁고 활기차야 살 맛 나지 않을까.

 먹는 것과 기분을 살피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나도 지금까지 음식과 기분의 상관관계를 찾아나가고 있으니까. 심지어 똑같은 두유를 먹더라도 유지방이 들어간 것과 당이 들어간 것 등 미세한 차이까지 신경 쓰면서. 하지만, 시간을 투자한 가치는 충분하다. 방금 점심 식사를 해놓고 소파에 드러눕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 글을 쓰고 있으니. 직장인에겐 당연한 일일지라도 마감이 없는 나에겐 기적적인 일에 가까우니까.


마지막으로 내게 영감을 준 스콧 애덤스의 말을 인용하고 싶다.


“패턴을 찾아내라.”(본문 313p)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작가소개 : 이수연

남들보다 '덜' 먹는 사람.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더 먹어"였다. 성인이 되어 우울증과 함께 공황장애, 식이장애를 앓았으며 정신병원에 입원해서도 "더 드세요"를 가장 많이 들었다. 지금은 식이장애를 극복하고 건강한 식생활을 위해 소식좌로 살아가고 있다. <조금 우울하지만, 보통 사람입니다> 등을 썼다.


Insta @suyeon_lee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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