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하루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상
안녕?
좋은 아침이야.
입추라는 친구가 오더니 너도 이제 시원한가 보구나.
오늘은 힘차게 손을 흔들어 주네.
종교는 없지만
회사 근처 고즈넉한 절 안에 작은 카페가 있어 종종 들른다.
잠시 머물며 쉼을 얻기 좋은 곳.
든든한 마음이 생겼던 건,
문 앞에서 절을 지키는 사천왕, 든든한 수호신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에서 30분쯤 커피를 마시고 나서면,
이후의 오후 시간이 한결 가볍다.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이름 모를 들꽃과 들풀들이 있다.
비가 와도, 햇살이 강해도 초록빛을 꿋꿋이 내며 서 있는 아이들.
이제 곧 가을이 오면 푸른 잎과 줄기는 노랗고 갈색으로 바뀌어 마르겠지만,
뿌리와 흩어진 씨앗으로 새 봄을 준비하겠지.
들풀의 가을은 끝이 아니라 이어짐,
그래서 내년에도 다시 초록빛으로 만나게 될 것이다.
늦은 오후, 저녁이 가까워지면
광복절이 있는 달이라 그런지
하늘엔 대한민국 지도가 넓게 펼쳐져 있고,
화단의 보라색 사랑초는 저녁을 알아차린 듯 꽃잎을 오므린다.
나무, 꽃, 별, 달, 나비, 새, 풀, 바람, 구름, 하늘, 노을.
이보다 더 예쁜 단어가 또 있을까.
오늘도 잠들기 전 기도한다.
보통의 하루,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상에서
내일도 이 아이들을, 오늘처럼만 보게 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