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각이 없던 내가 남자 친구와 꽤 진지하게 결혼을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 남자 친구는 계속 결혼을 보채고 있는데 나는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이런 고민을 친구에게 얘기하면서 나는 '그 사람과의 결혼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때 친구는 '100% 확신 있는 결혼이 어딨겠어'라고 했다. 100% 확신 있는 결혼이 없다는 건 당연히 안다. 결혼뿐 아니라 인생의 그 어떤 선택도 100% 확신을 가지고 할 수 없다. 그런데 마음이 계속 싱숭생숭했다. 내가 그 사람과의 결혼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는 의미는 그런 뜻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살면서 어떤 힘든 일이 와도 같이 이겨낼 수 있을지, 함께하면서도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 등 에 대한 확신을 원했던 것이다. 그 사람과는 대화도 잘 통하고,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려고 노력하고, 함께 있으면 재밌고 즐거웠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그런 확신이 없었다.
"확신이 있는 선택"과 "확실한 선택"은 다르다. 사실 100% 확실한 선택은 거의 없다. 그런 게 있으면 애초에 고민도 없을 것이다. 긴가민가 할 때, 잘 모르겠을 때, 남들이 하니까 해야 될 것 같을 때, 그럴 때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아니다. 미래에 어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의해 바뀔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택에 스스로 확신이 들 때, 그때가 바로 선택을 해야 할 때이다. 확신이 들지 않을 때는 아무런 선택을 하지 않는 게 성급한 선택을 하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 사실 조금도 불안하지 않은 선택은 없겠지만, 내가 스스로 확신을 가지고 선택을 하면 그 불안은 나를 크게 갉아먹지 않는다.
불안하지 않은 선택을 하려면 스스로 확신이 있는 선택을 해야 하고, 스스로 확신이 있는 선택을 하려면 끊임없이 내 생각에 스스로 의문을 던져야 한다. 그게 진짜 내 생각인지, 나도 모르게 어디선가 주입된 것은 아닌지, 그게 나에게 맞는 답인지를. 그렇게 스스로 확신이 있는 선택을 하면 추후에 그 확신이 흔들리는 순간이 오더라도 처음 확신을 가졌던 이유를 떠올리며 다시 마음을 잡을 수 있다.
얼마 전에 주식투자로 크게 돈을 번 투자자가 쓴 책을 읽다가 문득 어떤 한 문구가 강하게 뇌리에 남았다. "몇억을 주식에 투자해놓고 있어도 나는 불안하지 않다."는 말이었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식을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불안해서"이지 않은가. 본인이 잘 모르고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주식투자에 돈을 넣어놓으면 매 순간순간 불안하다. 나는 그 책의 저자가 큰돈을 벌었다는 것보다, 본인의 선택에 불안하지 않다는 확신 있는 태도가 더 대단해 보였고 부러웠다.
아직 모은 돈이 많지 않아 많이는 못하고 있지만, 여러 책을 읽고 신문을 읽고 조금씩 주식투자를 하면서 나만의 원칙이 생겼다.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내가 여기에 투자해도 불안해하지 않고, 내 일상생활을 해나가는데 지장이 없는가?"가 내가 투자 결정하는 판단기준이다. 돈을 모으는 것, 투자를 하는 것은 내 행복한 일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그 투자로 인한 불안함에 (돈을 잃든 벌든) 내 일상이 망가진다면 그건 이미 주객이 전도되어버린 것이다.
흔히들 말하는 단타는 나쁘다, 레버리지 상품은 위험하다, 장투가 답이다 같은 말들은 아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식으로 투자하든 내가 확신이 들고 불안하지 않고 마음 편한 투자방법이 나에게 정답이니까. 작년부터 해서 부동산, 주식, 금융 관련 책을 꽤 많이 읽었다. 100권 정도 읽으면 그 책들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정리해서 써볼 생각이다. 지금도 느낀 점은 많지만 왠지 100권은 채워보고 싶고, 또 지금 느낀 점이 그때 가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