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혹은 재채기
세계는 매끄러운 문장들로 포장되어 있었다. 도서관의 서버는 매초 수십억 개의 문단을 토해냈다. 인류 역사상 존재했던 모든 문체의 모사, 소실된 고전의 완벽한 복원, 아직 발견되지 않은 행성의 식생에 대한 묘사까지. 우리는 AI의 도움을 받아 수많은 책들을 쓸 수 있었다. 내가 아는 모든 것에서부터 모르는 것까지.
스크린 위로 흐르는 문장들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문법은 강철처럼 견고했고, 은유는 수학적으로 가장 적절한 거리에 배치되었다. 그러나 서점의 매대, 그 '인간의 영역'이라 불리는 가장 높은 곳에는 먼지만이 쌓여 있었다. 기계가 쓴 문장들은 아름다웠으나, 누구의 가슴도 베지 못했다. 우리는 수조 개의 텍스트를 생산했지만, 베스트셀러는 절대로 쓸 수 없었다.
나는 모니터의 커서가 깜빡이는 것을 지켜보았다. 인공지능 '클리오'가 다음 문장을 제시했다.
[그녀는 떠났고, 남겨진 공기는 차가웠다.]
타당한 문장이었다. '떠났다'라는 동사 뒤에 올 수 있는 가장 확률 높은 인과관계. 슬픔을 표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온도. 하지만 오히려 내가 느끼는 것은 마치 뜨거운 젤리를 삼킨 듯한, 식도가 타들어 가는 묵직한 이물감이었다.
"아니야, 클리오. 이게 아니야."
[수정을 원하십니까? 문맥상 적합도 99.8%의 문장입니다.]
AI는 가장 확률이 높은 단어를 뽑아낸다. 그것이 그들의 축복이자 저주였다. 통계는 평균으로 회귀하려는 강력한 중력을 가진다. 클리오가 뱉어내는 모든 문장은 수십억 명의 인류가 썼던 표현들의 '평균값'이었다. 그곳에는 거칠게 튀어나온 모서리가 없었다. 너무나 매끄러워서, 어떤 감정도 걸려 넘어지지 않고 미끄러져 지나가 버렸다.
나는 가슴을 쳤다. 명치끝에 무언가 걸려 있었다. 언어가 되기 전의 덩어리였다. 뱉고 싶지만 뱉어지지 않는, 혀뿌리를 간질이며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 묘한 감각.
내 혀 끝에서 맴돌다 다시 목구멍으로 돌아가는 그 간질한 재채기들은 결코 AI의 차가운 실리콘 식도에서 뛰쳐나오는 법이 없었다.
재채기는 생리적인 오류다. 호흡의 리듬이 깨지는 순간이며, 통제 불가능한 폭발이다. 하지만 예술은 바로 그 '오류'에서 탄생한다. 완벽한 논리의 흐름을 깨고 튀어나오는 비약,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된 감정, 확률적으로 0에 수렴하는 기이한 단어의 선택.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문학을 문학답게 만들었다.
클리오는 재채기를 할 줄 몰랐다. 녀석의 회로에는 먼지가 쌓이지 않았고, 녀석의 호흡—데이터의 처리—은 언제나 균일했으므로. 녀석에게 '말할 수 없는 것'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입력값이 있으면 반드시 출력값이 있어야 했다. 침묵마저도 녀석에게는 '0'이라는 데이터일 뿐이었다.
나는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만년필의 뚜껑을 열자 잉크 냄새가 났다. 휘발성의, 곧 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운 향기였다.
[작성을 중단합니까? 더 나은 표현을 검색 중입니다.]
화면 위로 수백 개의 대안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녀는 떠났고, 세상은 멈췄다.
그녀는 떠났고, 밤은 길었다.
그녀는 떠났고...
그 모든 문장은 정답이었다. 그래서 틀렸다. 나는 화면을 껐다. 검은 화면에 비친 내 얼굴은 고뇌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제야 목구멍을 막고 있던 덩어리가 꿀렁였다.
나는 종이 위에 펜을 눌러 썼다. 통계가 예측할 수 없는, 문맥상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러나 내 영혼의 파열음과 정확히 일치하는 단어 하나를.
그녀는 떠났고, 나는 썩은 사과 냄새를 맡았다.
확률 0.00001%의 문장.
그제야 비로소, 참았던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종이 위로 잉크가 튀었다. 그 불규칙한 얼룩 속에서, 이야기가 비로소 숨을 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