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형 변칙 물질에 대한 구조적 고찰
우주는 우아한 구(Sphere)이다. 이것은 미학적 찬사가 아니라 기하학적 사실이다.
우리의 관측에 따르면, 이 우주를 지탱하는 질량의 85%는 완벽하게 설명된다. ¹ 우리를 구성하는 입자들은 서로 부드럽게 결속하며, 우리의 태양들은 '진정한 빛'을 방출하여 시공간을 안정적으로 채운다. 우리는 이 거대한 중력의 바다인 '헤일로(Halo)' 속에서, 구형의 은하를 이루며 번영했다.
그러나 나의 연구는 이 완벽한 구체의 균형을 깨뜨리는 미세한 오점에 관한 것이다.
학계는 이것을 '통계적 잡음'이라 치부한다. 전체 질량의 15%에 불과한, 상호작용을 거부하는 기이한 입자들. 동료들은 그것을 '결핍 물질(Deficient Matter)'이라 부른다.
나는 지난 120주기 동안 이 '결핍된 먼지'들이 단순한 오류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해왔다. 그들은 오류가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지극히 불안정하고 위험한 물리학의 지배를 받는 '또 다른 세계'다.
내가 '결핍 물질'에 매혹된 이유는 그들의 기이한 분포 형태 때문이다.
우리(정상 물질)는 중력적으로 안정된 구형 혹은 타원형을 이룬다. 압력과 중력이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핍 물질'들은 다르다. 그들은 열을 식히는 과정에서 운동량을 잃고 극도로 납작해진다. ²
최근 완성된 중력 지도를 보면 그 충격적인 형태가 드러난다. 우리의 거대하고 둥근 은하 중심부를, 얇고 날카로운 면도날 같은 원반 하나가 가로지르고 있다.
그것이 '결핍 물질'들이 사는 세상이다.
어떻게 3차원의 공간을 향유하지 못하고, 저토록 납작한 2차원에 가까운 평면에 갇혀 살 수 있는가? 그 얇은 두께 속에 갇힌 물질들은 서로 끊임없이 충돌하고 부대낄 수밖에 없다. 공간의 여유가 없는 그들의 세상은 필연적으로 폭력적일 것이다.
그 얇은 원반은 우리 은하의 적도면을 따라 회전한다. 마치 우리의 완벽한 구체에 난 흉터처럼.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에너지 효율이다.
나는 중력 렌즈를 통해 그 납작한 원반 내부의 밀도 높은 지점 하나를 확대했다. 그곳에서는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들은 '전자기력'이라는 매우 강력하고 파괴적인 힘에 묶여 있다.
우리의 빛이 부드럽게 퍼지는 것과 달리, 그들이 만들어내는 빛(우리에겐 감지되지 않는 고에너지 복사)은 물질을 태우고 파괴한다.
나는 그 원반의 변방에서, 스스로를 태워 없애는 거대한 가스 덩어리를 발견했다.
우리는 그것을 '지속적인 핵폭발'이라 부른다. 그 가스 덩어리는 수십 억 년 동안 멈추지 않고 폭발하고 있으며, 그 폭발의 잔해들이 주변을 돌고 있다.
그 잔해 중 하나.
항성에서 세 번째 궤도를 도는, 질량이 아주 미미한 '푸른 점(Blue Granule)'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푸른 점'에 대한 정밀 중력 분석 결과는 나를 전율케 했다.
그 작은 점 위에는, 비정상적으로 복잡한 탄소 화합물의 이동이 감지된다.
즉, 생명이다.
하지만 이것은 축복이 아니라 비극이다. 상상해 보라.
저 '푸른 점'의 생명체들은 우리를 볼 수 없다. ³
그들의 눈(시각 기관이 있다고 가정할 때)은 오직 그들만의 전자기력, 즉 '바리온 광자'에만 반응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에게 이 우주는 텅 비어 있다.
그들 입장에서 계산해 보면, 자신들을 구성하는 물질(바리온)은 우주 전체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들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나머지 85%의 질량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아해할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바로 옆에, 아니 자신들의 행성 궤도와 겹쳐진 이 공간에, 5배나 더 거대하고 웅장한 우리의 문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를 것이다.
우리의 거대 도시가 그들의 대기권을 통과하고, 우리의 아이들이 그들의 바다 위를 산책(중력적 영향 없이)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오직 '칠흑 같은 어둠'만을 볼 것이다.
그들은 그 어둠에 이름을 붙였을까?
아마도 '암흑 물질(Dark Matter)'이라 부를 것이다.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우리의 찬란한 세계를, 그들은 그저 '이름 모를 검은 덩어리'로 폄하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보고서를 작성하며 깊은 연민을 느낀다.
저 '푸른 점'의 생명체들은 자신들이 우주의 주인공이라 믿으며, 외계의 신호를 찾기 위해 허공에 전파를 쏘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신호는 우리에게 닿지 않는다.
우리는 서로 다른 빛 속에 산다.
우리가 공유하는 것은 오직 중력뿐이다.
가끔 그들의 행성에 원인 모를 조석 현상이 발생하거나, 혜성의 궤도가 미세하게 틀어진다면, 그것은 우리가 그들 곁을 지나갔다는 유일한 인사일 것이다.
우주는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저 납작하고 얇은 원반 속에 갇힌 가여운 5%의 존재들은, 영원히 그 사실을 모른 채 자신들만의 좁고 외로운 우주에 갇혀 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유령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진정한 유령은, 저토록 희박하고 위태롭게 존재하는 바로 그들이다.
나는 이 '푸른 점'의 좌표를 '관측 제한 구역'으로 설정할 것을 건의한다.
우리의 중력이 그들의 연약한 대기를 찢어놓지 않도록, 우리가 그들을 피해 가야 한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이웃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예의일 것이다.
1.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우주의 에너지-질량 구성비에서 우리가 아는 '일반 물질(Baryonic Matter, 원자)'은 약 5%에 불과하다. 약 27%는 암흑물질이며, 나머지는 암흑에너지이다. (소설에서는 암흑에너지를 제외한 '물질' 간의 비율인 약 5:1 비율을 15% 대 85%로 환산하여 적용했다.)
2. 암흑물질(화자의 세상): 빛(전자기파)을 내지 않아 에너지를 방출할 수 없다. 에너지를 잃지 않으므로 중력 수축이 더디게 일어나며, 은하 전체를 감싸는 거대한 구형의 '암흑물질 헤일로(Dark Matter Halo)'를 형성한다.
일반 물질(우리의 세상): 서로 충돌하고 빛을 내며 에너지를 잃는다. 에너지를 잃은 물질은 회전 관성에 의해 납작하게 수축하여 '은하 원반(Galactic Disk)'을 형성한다.
3. 리사 랜들의 '이중 원반 암흑물질' 가설은 일부 암흑물질이 그들만의 '암흑 전자기력(Dark Electromagnetism)'을 가질 수 있다고 제안한다. 즉, 그들만의 '빛(Dark Photon)'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차용하여, 그들은 그들의 빛으로 세상을 보고, 우리는 우리의 빛으로 세상을 본다. 서로의 빛은 서로를 투과한다. 하지만 질량은 존재하기에 중력만은 공유한다. 볼 수는 없지만, 중력의 영향은 서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