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법
"어떻게 그걸 또 잊어버려?"
"왜 이렇게 산만해?"
"좀 더 신경 쓰면 되는 거 아니야?"
"너는 항상 그런 식이야."
ADHD를 가진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말들입니다.
대화 중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내거나,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거나, 차분히 앉아있지 못하는 모습들이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죠.
특히 이런 상황들을 자주 겪게 됩니다.
1. 대화할 때:
- 상대방 이야기 중간에 갑자기 끼어들기
- 전혀 관계없는 주제로 대화 방향 바꾸기
- 상대방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함
- 대화 도중 다른 곳을 자꾸 바라보기
- 대화의 맥락을 놓치거나 잊어버리기
2. 일상생활에서:
-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거나 정리정돈이 안 됨
- 약속 시간에 늦거나 깜박하기
- 하던 일을 중간에 잊어버리기
-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기
- 차례 기다리기가 어려움
3. 업무나 학업에서:
- 마감 기한을 자주 놓치기
- 중요한 세부사항을 놓치기
- 회의 중 딴생각하기
- 과제나 업무를 미루다가 한꺼번에 하기
- 일의 우선순위 정하기가 어렵기
이런 행동들은 우리의 의지나 성격의 문제가 아닙니다. ADHD라는 우리 뇌의 특성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것을 모든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우리를 이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설명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나는 생각나는 걸 바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려. 그래서 가끔 대화 중에 엉뚱한 얘기를 꺼낼 수 있어. 미리 얘기해 두는 건데, 그럴 때는 살짝 알려줘."
"내가 약속을 잊어버리는 건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야. 내 기억력의 한계일 뿐이야. 그래서 네가 한 번 더 알려줄 때마다 정말 고마워."
"나는 때로 감정 조절이 어려울 수 있어. 갑자기 화를 내거나 너무 들뜰 수도 있지. 그건 내가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내 감정이 거짓된 것은 아니야."
둘째,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저는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중요한 업무는 메일로 정리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업무 지시를 정확히 이해했는지 한 번 더 확인드려도 될까요?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셋째,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나는 시간 관리가 조금 어려워.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는 미리 한 번 더 알려주면 좋겠어. 네가 짜증 내는 게 아니라 나를 도와주는 거라고 생각할게."
"내가 대화 중에 딴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을 거야. 그건 네 말이 지루해서가 아니라, 내 뇌가 자꾸 다른 생각으로 튀어가는 거야. 그럴 때마다 부드럽게 주제로 다시 데려와줘."
"가끔 내가 충동적으로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할 수 있어. 그럴 때는 네가 한 번 더 생각해 보자고 제안해 줘도 좋아."
우리도 할 수 있는 노력들이 있습니다.
1. 미리 양해 구하기
"제가 가끔 이야기가 옆으로 새는 경향이 있어요. 그럴 때는 살짝 알려주세요."
"머릿속 생각이 바로 튀어나올 수 있어요.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립니다."
2. 상황 설명하기
"저는 메모해두지 않으면 잘 잊어버려요. 중요한 내용은 제가 따로 적어두어도 될까요?"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은데,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3. 도움 요청하기
"이 부분은 혼자 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같이 봐주실 수 있나요?"
"제가 놓치기 쉬운 부분을 체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4. 자신의 방식 설명하기
"저는 움직이면서 생각하는 게 더 잘 돼요. 서서 일해도 괜찮을까요?"
"제가 조용한 환경에서 더 집중이 잘 되는데, 이어폰을 착용해도 될까요?"
5. 강점 보여주기
"세부적인 것은 놓칠 수 있지만, 대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잘 떠올립니다."
"저는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어요."
이런 설명에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건 괜찮아요.
모든 사람에게 이해받을 필요는 없으니까요.
중요한 건 우리 자신을 이해하고,
우리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거예요.
가끔은 이런 말을 해보세요: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조금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
하지만 그건 내가 게으르거나 불성실해서가 아니야.
그냥 나만의 방식이 있는 거야."
우리의 ADHD는 고쳐야 할 문제가 아닙니다.
그저 우리만의 특별한 특성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 특성을 이해해 주는 사람들과 함께라면,
우리도 충분히 행복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