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붙잡는 손

by 강이랑


"아가씨 어머님 오빠 손만 잡아요."

올케 언니가 말했다. 몸이 불편한 엄마는 이동할 때 며느리 손은 안 잡고 아들 손이나 조카 손만 잡는다는 것이다.


엄마는 병원에서 잠을 들지 못할 때 아버지 손을 찾았다. 잠들 때는 아버지 손을 찾고, 이동할 때는 아들 손이나 손자 손을 잡는다. 새언니가 서운할만하다.


집으로 어느 누가 찾아와도 엄마는 귀찮은 내색 하나 않고 잘 대접했지만 남자들을 맞이할 때는 목소리나 행동이 더 당당하기는 했었다.


상대적으로 더 의지할 대상을 아는 것이다.


엄마 본인은 대체로 자립적인 여성이었다. 농작물을 심어 수확할 자신의 밭이 있었고, 딸들이나 아들, 며느리들에게 불필요한 연락이나 요구를 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몸이 불편한 상황이 닥쳤을 땐 며느리보다도 남자들 손을 의지했다.


그런 어머니였지만 병원에서 불편한 점이나 요구사항 등에 대해선 자진해서 속말을 전한 대상은 며느리였다. 고향 가까이에 살며 응급상황에서 올케 언와 조카가 오빠를 신해 병원을 함께 다니며 살뜰히 살폈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년의 엄마가 오빠네를 의지한 것처럼 아버지 또한 오빠네를 의지했다. 특히 아버지의 며느리를 향한 지지와 신뢰는 각별했다.


어머니가 그토록 의지한 아버지 손은 곧바로 다른 여성의 손을 붙잡았다. 다 살기 위해서이다. 그렇게라도 잡지 않으면 쓰러질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이다. 넘어져 고꾸라지지 않기 위해 찾아 나서서 잡은 손.


지금까지 엄마가 붙잡은 아버지의 손이 다른 손을 향하며 난 자연스럽게 아버지를 놓아드린다. 자녀들 중에서도 가장 거리감을 두었던 나였다. 그러자 내가 그림자로 생각하며 아버지의 어떤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면들이 예전처럼은 큰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조금은 더 유연함과 너비를 가질 수 있게 된 기분이다.


신기하게도 아버지를 직시하자 엄마에게 다가가 알고자 했을 때보다 엄마가 더 이해된다. 이제 엄마는 그 누군가의 손을 붙잡지 않아도 되시겠지. 나 또한 비로소 엄마한테서 좀 벗어난 기분이 든다. 좋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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