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시켜둔 밥이 해동되려면 아직 멀었다. 먹을 게 뭐 없을까 살펴본다. 과자도 없다. 사탕도 없다. 초콜릿도 없다. 배는 고프다.
5일 전에 사둔 아보카도가 딱 한 개 남았다. 검푸르게 잘 익었다. 살짝 눌러보니 말랑말랑하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아보카도는 겉은 멀쩡해도 속이 이상한 경우가 많다. 참으로 속을 알 수 없는 아보카도다. 어제도 그제도 그랬다. 딱 한 개 남은 아보카도는 어떨까. 아보카드를 반으로 자를 때에는 칼을 사용하고, 속을 파낼 때에는 숟가락을 사용하여 적당한 크기로 툭툭 파낸다.
다행이다. 깨끗하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멀쩡한 아보카도 한 개가 행복을 준다.
계란을 삶는다. 계란 상태 또한 알 수가 없다. 반숙일 때도 있고, 완숙일 때도 있고, 그 중간일 때도 있다. 시간을 재고 삶으면 좋으련만 난 그런 적이 없다. 불을 켜놓고 다른 일을 한다. 대충 상황을 봐서 끈다. 모두가 다 알다시피 이다음이 중요하다. 빛의 속도로 뜨거운 물을 따라내고 냄비에 찬물을 넣는다. 공정에 신경을 썼는데도 껍질이 잘 안 까질 때에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오늘은 잘 까진다. 다행이다.
아보카도 한 개와 삶은 계란 두 개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 샐러드 소스를 뿌리고 김가루를 뿌려주면 된다.
샐러드 소스는 계란하고 잘 어울리고 김가루는 아보카도와 딱이다. 요리랄 것도 없는 초간단 음식이지만 묘하게 요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