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어린이문학 연구가의 좌충우돌 생존기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
전주에 사는 친구가 죠리퐁 한 상자를 보냈다. 많이도 들어있다. 나는 주인 어르신에게도 나누고, 옆집에도 나누고,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도 나눈다. 죠리퐁 상자를 보내준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죠리퐁을 우유에다 타 먹으면 한 끼 요기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되고 이래저래 좋다. 처음에 받았을 때는 하루에 한 봉지씩 그냥 먹기도 하고 우유에 타 먹기도 했는데, 지금은 우유에 타 먹는 게 제일 좋다.
전주에 사는 친구는 내가 서울예전 문예창작과를 다닐 무렵인 스무 살 때 만났다. 친구는 그때 열아홉 살이었다. 우리는 지하철 가판대에서 신문을 파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1호선 전철 안에서도 판매하기도 했다. 사회에서 만나 알게 된 아주 오래된 친구다.
지금 우리는 같이 글쓰기를 하는 글동무다. 친구는 에세이 쓴 것을 내게 보여주기도 하고, 나는 판타지 작품을 써서 보여주기도 한다.
게다가 우리는 응원하는 가수도 같다. 성격은 많이 달라 서로 의견 다툼을 할 때도 있지만 인생의 고된 시기에 서로 의지가 된 친구 사이다.
친구가 마침 죠리퐁을 보내주었을 때 나는 연구비를 따내 생활하고 있었는데, 연구비는 석 달에 한 번 들어왔다. 나는 연구비를 따내기 전에 신세를 진 분들에게 갚고, 밀린 월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간신히 생활한다. 그런데 마침 이때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많은 돈을 쓰고 말았다. 게다가 연구비가 들어오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연구비가 들어올 생각을 안 했다.
또 다른 지인들이 보내준 흰쌀, 현미쌀, 검정쌀도 있고 김치도 있다. 나는 다른 장은 보지 않고 야채실에 들어있는 야채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로 버틴다. 그리고 친구가 준 죠리퐁과 우유가 중요한 한 끼가 되어준다. 하루 한 끼는 밥, 하루 한 끼는 죠리퐁과 우유 이렇게 두 끼로 일주일을 보낸 것이다.
그런데도 연구비 입금 소식이 없다. 나는 산책을 하다 수시로 가까운 현금인출기를 들락날락 확인한다. 여전히 안 들어와 있다. 이제 우유 살 돈도 없다.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 살 돈이 없자, 나는 더 우유가 먹고 싶다. 더 우유를 사고 싶다.
그냥 죠리퐁만 먹기도 이젠 싫다.
거의 한계에 직면했을 때 언제나처럼 산책을 하고 있는데, 까치가 울었다. 깍깍깍 요란하게도 울었다. 나는 직감했다. 연구비가 입금되었다고. 서둘러 현금인출기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와 있었다. 나는 곧바로 밀린 월세를 입금하고, 마트로 향했다.
이제 우리 집에는 죠리퐁도 있고, 우유도 있다.
그렇게 내리 우유를 사서 먹자, 이번에는 죠리퐁이 없다. 나는 마트에서 죠리퐁을 한 봉지 사고, 우유를 사고, 다시 죠리퐁 한 봉지를 사고 또 우유를 샀다.
그리고 지금 우리 집에는 죠리퐁도 없고, 우유도 없다. 당분간은 아주 많이 당분간은 난 죠리퐁과 우유를 안 먹어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