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희나의 그림책 『이상한 손님』은 비 오는 날 오후 오누이만 있는 집에 찾아온 뜻밖의 손님 이야기를 담았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하고 방안도 어둡다. 갑자기 무서워진 남동생이 누나 방을 찾아가지만 컴퓨터 앞에 앉은 누나는 남동생은 상대도 안 해준다. 그러자 동생은 함께 놀 동생을 원한다.
그리고 기가 막힌 타이밍에 생면부지의 동생이 “형아”라고 부르며 나타난다.
천달록이라고 하는 하늘 위에서 내려온 길잃은 아이다.
천달록은 동그란 얼굴에 짚으로 만든 아주 꽉 끼는 작은 모자를 쓰고, 흰 버선에 흰 한복 차림이다. 한쪽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고 코끝은 새빨갛고 이제라도 막 콧물이 떨어질 찰나다.
천달록은 하늘 위에서 구름을 타고 오다가, 무슨 사정에서인지 구름을 잃어버린 것이다. 천달록은 나이를 알 수 없지만, 아기고, 그것도 아주 어린 영유아 같다.
천달록은 하늘에서 온 신의 아이일까? 천달록이 아이스크림을 먹자 집 안으로 눈이 내린다. 그리고 천달록은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마치 아이들이 잠투정을 부리듯이.
이 그림책에서 천달록이라는 캐릭터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천달록은 비가 와 밖에도 나갈 수 없어 심심해하며 집안에 있을 때 찾아온다. 천달록 덕분에 오누이의 심심하고 무료한 일상은 순식간에 어드벤처가 되고, 누나조차도 컴퓨터를 뒷전으로 하고 천달록의 매력에 빠져든다. 천달록은 오누이의 무료한 일상 속으로 순식간에 들어와 온 집안을 엉망진창 난장판으로 만들고, 모두를 정신없게 만들고, 자신의 집인 양 냉장고를 열어 원하는 달걀을 맘대로 꺼내고 휘저으며 오누이의 정신줄을 쏙 빼놓는다.
그런데도 누나와 동생은 싫은 내색 하나 안 한다.
천달록은 엄청난 마력과 매력의 소유자이다.
천달록은 엉뚱한 데다가 정체를 알 수가 없다. 눈물 콧물을 뚝뚝 떨어뜨리며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먹을 것 못 먹을 거 가리지도 못하고 가스가 차 괴로워하고, 단 걸 좋아하고, 마법도 쓴다. 얼굴이 새빨개지도록 화를 내고, 잠이 와 생떼를 쓰고 울 때는 그냥 철없는 어린 아이다. 그런데 그런 천달록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이런 천달록의 모습에 나는 묘한 해소를 느낀다. 내 안에 있는 영유아 아이가 천달록에 투사되어서 그런 것일까?
하지만 생떼 쓰고 짜증 부리는 영유아 아기 천달록을 그대로 무한정 내버려 두어서도 안 된다. 천달록이 생떼를 쓰고 투정을 부리자 집안으로 “우르릉 쾅!” 번개가 치고, 집안은 이내 홍수가 나고, 물바다가 된다. 누나는 “이거 잠투정 아니야? 이 녀석 졸린가 봐.” 어쩔 줄 몰라하며 달래고, 동생은 비옷을 입고 우산을 들고 “빨리 어떻게 좀 해 봐. 이러다 다 잠기겠어!”하며 허둥댄다.
천달록을 이대로 놔두면 집 안은 결국 범람하여 위험한 지경에 처하게 되리라. 마치 내 의식의 세계로 억압한 무의식의 감정이 홍수처럼 침범하여 범람의 위기를 초래하듯이.
어떻게 함께 놀아주고 달랠 것인가? 그림책에서는 이때 노래가 큰 역할을 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상모르게 단잠에 빠진 천달록은 영락없는 영유아 아기 모습 바로 그대로이다. 그 난리 칠 때는 언제고 잠든 천달록은 세상 예쁜 천사의 모습이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상한 손님 천달록은 어쩌면 무료하고 심심할 때 오누이가 불러들인 천덕꾸러기 아기인지도 모른다. 또는 내 안에 든 나의 영유아 시기의 또 다른 모습인지도 모른다.
백희나의 그림책 『이상한 손님』은 마치 그런 상황에 직면한 모습을 그림책으로 담아낸 것만 같다. 마치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듯 억압한 영유아 시기의 어떤 감정이 천달록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난 것만 같다.
내 안의 영유아 아기 같은 천달록이 어느 날 불쑥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마주하고 어떻게 달랠 것인가? 그림책에서 오누이가 한 것처럼 우선 내 안에 천달록 같은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내 내면의 공간에서 마주하고, 난장판을 만들며 함께 놀다가, 달래 재우는 것 바로 그것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