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편의점 알바생.
편의점 알바는 힘들다.
몸도 힘들지만, 자아실현의 욕구와는 거리가 너무나도 먼 일들을 몇 시간 동안 해야 하니까. 몇 시간 동안은 내자아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진거다. 가끔은 내가 사람 양서희가 아니라 세븐일레븐 키오스크가 된 것 같고, 대체 내가 여기서 뭘 하나 싶다. 하지만 그 마음과는 별개로 편의점은 흥미로운 공간이다. 어떤 물건을 얼마나사느냐로 그 사람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생활용품부터 간식거리까지 모든 것이 당신을 위해 마련되어 있는.
#1 아는 얼굴 (1)
나는 편의점에서 총 2번의 알바를 했고, 두 번째 알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
GS25에서 일했을 당시, 퇴근 전 항상 막걸리 물류가 들어왔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나는 세븐일레븐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나는 그곳에서 막걸리 물류 담당 기사님을 또 마주치게 되었다.
'헉.. 제발 알아보지 말아 주세요..'
하지만 나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곧바로 알아보시더라지.
"어? 저어기 다른 지점에 계시지 않으셨어요?"
"아..ㅎㅎ 네......."
아마 이 기사님은 왠지 나를 평생 편의점 알바를 하는 애라고 생각하셨을 듯하다. 그런 건 아니라고 붙잡고 해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2. 아는 얼굴 (2)
손님이 상대적으로 적은 토요일 오전.
한 남자손님이 물 하나를 계산대에 올려뒀다.
"1100원입니다."
라고 내뱉는 순간, 나는 그 남자분이 몇 년 전 취미로 했던 크로스핏 체육관에서 자주 마주쳤던 분인 걸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고개를 푹 숙였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다행히 그 남자분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3. 엄마의 두 얼굴
이른 시간에 아이와 엄마가 함께 간식을 고른다. 눈치를 봐서는 유치원 등원 전인 듯했다. 엄마는 아이를 살살 달래 가며 한참을 고르더니, 화기애애하게 편의점을 나섰다. 따뜻한 풍경이었다.
잠시 뒤, 아이의 엄마만 홀로 편의점으로 돌아왔다.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른 표정과 목소리 톤으로..
" 에쎄 1미리 주세요"
육아는 참 고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