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초딩들
우리 편의점은 학원가에 위치한지라
학생들이 참 많이 온다. 그중에서도 초등학생들이 10명 가까이 몰려오는 날이 있는데, 그럴 때는 정신이 아득해진다. 다정함과 친절함을 최대한 붙잡아보려는 이성의 끈... 하루는 그 끈이 끊어져버렸다.
편의점을 쇼핑몰 돌아다니듯 휘젓는 왁자지껄한 목소리들. 불닭소스를 까달라는 요청과 라면스프를 곳곳에 흩뿌려놓은 흔적들. 나도 모르게 계산하며 짜증이 목소리에 섞이고 말았다. 아마 얼굴에도 나타났겠지?
그때는 애들이 너무 미웠는데, 그 미안함이 아직도 내내 남는다.
종종 와. 다정히 대해줄게. (너무 자주는 말고)
#5. 할머니의 밴드
한 할머니께서 휴지 있냐고 물으신다. 고개를 들어보니 코에 피가 흥건하다. 손님들에게는 휴지를 그냥 주지 말고, 꼭 구매하게 하라는 사장님의 말씀을 잠시 망각하고 허겁지겁 휴지를 뜯어 드린다. 할머니는 이번엔 밴드를 찾으시더니 가격과 사용법 등을 한참 물으신다. 다른 손님들이 줄을 서서 계산을 기다리는지라 슬슬 번거롭게 느껴진다. 밴드를 구매한 다음에는 계산대에서 뜯어 붙였다가 떼어내시길 반복하다 결국 내게 밴드를 직접 얼굴에 붙여달라 하신다. '아.. 편의점 알바생이 이런 거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가까이에서 본 할머님의 얼굴이우리 친할머니의 얼굴과 너무 비슷해서 꼼꼼히 밴드를 붙여드렸다.
어르신들, 빙판길에서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6. 짱구 카드
주말 오후 2~3시쯤 오시는 단골 남자 손님이 있다. 삼각김밥 2개, 컵라면 하나, 음료수 하나를 세트처럼 사서 테이블에서 드시고 가시는데, 짱구가 그려진 카드를 쓰시길래 금방 얼굴이 눈에 익었다. 그 시간대는 손님은 많지 않고 나는 물류 정리에 바빠서 가게 안에 손님과 단 둘이 있는데.. 몇 주가 누적되니 이상한 유대가 생겼다.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지만, 아는 사이 같고. 말 한마디 안 섞어봤지만 공감대가 있는.
하루는 그 손님이 삼각김밥을 먹으며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보시다가 별안간 큰 소리로 " 크하하학!!" 하고 웃으셨다. 손님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못 들은 척했지만, 그 상황이 너무 웃겼다.
내가 많이 편해지셨나 보다.
(아니면 편의점 알바생은 투명인간과 같은 존재라... 의식하지 못하셨을지도.... 저 여기 있어요... 여기 사람 있어요...)
#7. 미안합니다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한 손님이 계산대로 다가오시더니 큰 소리로 "계산하겠습니다!!!!" 하고 외쳤다.
한 손에 쥔 봉투에는 정신과 약이 들어있는 듯했다.
나는 최대한 불편하지 않으시도록 계산해드렸는데, 나가실 때 그만 약봉투를 깜빡하신 듯했다.
"손님, 이거 봉투 두고 가셨어요!" 두 번 정도 외치니 너무 놀란 표정으로 돌아와 큰 소리로 연신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를 반복하셨다. 그동안 얼마나 많이 사과를 해야 했길래..
이렇게나 긴장한 상태로 연신 사과를 하시는 걸까.
마음이 저릿했다.
세상의 모든 알바생들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