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적한 마을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그들은 정말 하나같이 웃음을 터뜨리기만 하면 기가 막히게 못난 얼굴이 되었다. 윤희는 그 틈 사이에서 자신도 모르게 묘한 안도감과 심지어는 우월감을 느꼈다. 마을안에는 어디에도 거울이 없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도 없었고, 적어도 저들보다는 낫다는 자신감도 생길 찰나였다. 윤희는 이곳에서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것들만 얻어 이곳을 빨리 떠나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이곳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자신이 이들과 같은 유형의 인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모임에서 주도하는 대로 웃는 연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함에 몸부림쳤지만, 억지로라도 안면 근육을 사용하자 굳어 있던 세포들이 점차 할 일을 찾아 나서고 있었다. 윤희가 점차 마을에 적응해 나가는 동안, 첫날 자신을 맞아주었던 그 남자는 윤희에게 특히 더 살가웠다. 윤희가 웃음 치료 과정을 어려워할 때면 무리하지 않도록 신경 써 주었고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도 역시 그 덕분이었다. 처음에는 유독 다정한 그 사람을 본능적으로 경계하던 윤희였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에게 의지하고 있었다. 그녀의 노트북이 고장 났을 때, 별거 아니라는 듯 한 번에 고쳐버리던 모습을 보고 난 뒤였을까? 아니면, 지나가는 말로 아름다운 그림을 좋아한다던 그녀의 말에 서툴지만, 꽤 화려한 그림을 그려주던 모습을 본 이후였을까? 이제는 주말에 함께 코미디 프로를 보며 웃을 때는 어느 정도로 입꼬리를 올려야 하는지 조언을 구하며 시시덕거릴 정도였다.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윤희는 그와 함께하는 것이 편안했고, 심지어 행복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윤희에게 편안과 행복이라는 단어는 곧 불안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녀의 삶에는 늘 불행의 법칙이 함께 했는데,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기가 막히게도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그 기대와 행복을 짓밟는 창피함이 꼭 찾아왔기 때문이다.
‘이제 불행이 찾아올 때가 되었는데.’
윤희는 초조했다.
불행의 법칙은 그녀의 예상보다 조금은 이르게 찾아왔다. 평소와 같이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윤희는
‘푸학!’ 하는 우스운 소리와 함께 실소를 터뜨렸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일어난 일이었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한 윤희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완벽하게 웃음을 통제하던 자신이 무너졌으며 어이없도록 삐뚤어지는 이 웃는 얼굴을, 심지어 그 사람에게 보였다는 사실에 금방이라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자신은 평생 이 웃을 수 없는 비극적인 강박과 불행의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애초에 마음껏 웃을 수 없는 나에게 사랑이라는 게 어울리긴 할까.’
생각해 보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웃을 때 일그러지는 이 얼굴을 보고 남자가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봐 두려워져 웃을 수도, 웃지 않을 수도 없었다. 윤희는 또다시 괴로워져 방문을 닫고 스스로를 가두고만 싶었다. 누구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았으면 했다. 그렇게 며칠간 방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은 윤희였다. 이미 웃을 수 있는 용기는 빠르게 바닥나고 있었다.
남자는 지치지도 않고 매일 그녀를 찾아왔다.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먹지도 않을 식사를 챙겨두기도 했다. 하지만 윤희는 그럴수록 더더욱 남자를 볼 수가 없었다. 상냥한 목소리로 윤희를 부르며 기다리겠다고 말하는 남자의 다정함은 문 너머로 보이지 않아도 그가 얼마나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을지 예상하게 했고 그녀는 그 상상에 편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그 웃음에 옮을까 두려웠다. 그 두려움은 깊은 내면의 방어 기제를 꺼내게 했고, 윤희는 그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또다시 찾아온 남자에게 그녀는 얼룩진 말들을 토해내듯 뱉어냈다.
“당신, 웃을 때 진짜 못생겼어요. 나도 못생겼지만 나보다 더한 사람은 처음 봐요. 깜짝 놀랄 정도였다고요. 여기에 속해있다는 게 너무 창피해요. 이 모임 사람들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다들 왜 그렇게 웃는 거예요? 자기 얼굴이 창피하지도 않아요?”
한참이 지나도 남자의 대답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그저, 준비해 온 아침 식사를 방 앞에 두고는 평소와 같은 템포로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멀어져 갈 뿐이었다. 순간적으로 뱉은 말에 곧바로 후회했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었다. 윤희는 또다시 도망쳐야 할 때가 왔음을 직감했다. 문밖에 강하게 흐르는 정적은 마치 윤희에게 도망의 신호탄을 알리듯 요란하게 들렸다. 웃지 않는 삶, 어울리지 않는 삶. 들키지 않는 삶. 자신에게는 그것이 어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