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돌아온 집은 바뀐 것 하나 없이 여전했다. 윤희는 다시 거울 앞에 서 있었다. 혹시 자신이 꿈을 꾼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그녀는 또다시 입술 아래를 꽉 깨물었고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피를 닦기 위해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두루마리 휴지를 집으려 허리를 굽히는 순간 주머니에서 편지하나가 굴러 떨어졌다. 마치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머니에 들어와 있던 강남역 전단지처럼. 발신자는 쓰여 있지 않았지만, 윤희는 곧바로 그것이 남자의 편지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달리는 심장을 애써 꾹꾹 눌러가며 펼쳐 본 편지봉투 안에는 분홍빛의 립스틱과 함께 남자의 정갈한 글씨가 나열된 편지가 보였다.
안녕. 고민하다가 용기 내어 편지를 써. 직접 얼굴 보고 말할 용기는 없더라고, 참 못났지? 하하. 맞아. 네 말대로 난 웃을 때 놀라울 정도로 못생겼어. 그렇지만,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을 부끄러워하지 않아. 모두가 내 웃음이 못생겼다고 이야기해도, 나 자신만 내 웃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면 나는 그런 사람이 돼.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웃을 때 아름답다고 이야기해 줘도, 스스로 그렇지 않다고, 자신의 얼굴을 창피하게 여긴다면 나는 못생기고 창피한 사람이 돼. 그래서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웃기로 한 거야. 하지만 너는 나와 달라. 이렇게라도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 네가 웃을 때 실제로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말이야. 동그랗고 귀엽게 올라가는 광대, 광대 사이에서 살짝 고개를 내민 반달 같은 눈. 매력적인 팔자 주름. 너만 가진 독특한 송곳니와 자연스러운 얼굴. 네 웃는 얼굴을 좋아해. 널 좋아해. 네가 항상 웃었으면 좋겠어.
윤희는 분명하게도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가 이 편지 한 통에 모두 담겨있었다.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타인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언제나 당당하게 웃는 그 사람. 다정함을 잃지 않던 사람. 사실 윤희는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언젠가부터 윤희는 그의 웃음 따위는 신경 쓰지도 않은 지 오래였다. 웃을 때 못생겨지는 얼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그에게는 못난 미소를 넘어서는 따스한 향기와 매력적인 취향, 다양한 장점이 있었다. 다양한 색채로 그림을 그릴 줄 알던 사람이었고, 기계라면 무엇이든 뚝딱 고쳐 마을의 기계들은 모두 담당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그녀가 쏟아낸 못된 말들조차도 사랑으로 답하는 넓은 사람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못생긴 미소를 좋아한다면,그것을 바꿀 이유가 없다. 못생기지 않기 위해 애써 웃음을 참는 것보다는, 한껏 못생긴 얼굴로 마음껏 웃는 삶을 살고 싶다. 한참이나 편지를 바라보던 윤희는 자신도 모르게 처음으로 노력하지 않고도 꽤 오랜 시간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앞자리 남학생의 말을 들은 이후, 최초의 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