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을 향하여 (1)

by 양양

“한껏 치솟은 광대, 광대에 살짝 파묻혀 반으로 접힌 눈과 선명해지는 팔자 주름. 삐뚤어진 송곳니와 함께 찌그러진 얼굴. 하하. 넌 웃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웃을 때 너무 못생겼거든.”


거울 앞에 선 윤희는 문득, 새삼 중학교 시절 앞자리 남학생의 말을 다시금 회상하고 있었다. 그녀가 웃을 때 얼마나 못생겼는지를 지독하게도 자세하게 묘사하던 단어들. 그날 이후로, 윤희에게는 웃는 얼굴이 허용되지 않았다.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을 때는 급하게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뛰어가거나 입술 아래쪽을 꽈-악 깨물며 참는 바람에 피가 터져 나오기 일쑤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코미디 프로를 보거나, 행운이 따라줄 때, 아름다운 풍경을 봤을 때 자연스레 웃으며 사는데 왜 나는 그럴 수 없을까. 그때 그 아이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단 조금 더 편안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도 곧바로 차라리 진실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몰랐다면, 웃을 때 못났다는 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실실 웃고 다녔을 테니까. 그것만큼 부끄러운 일은 없으니까. 그렇게 입술을 몇 번 어색하게 움찔대던 윤희의 시선은 자연스레 손에 들린 광고 전단지로 향했다.


‘이젠 웃고 살고 싶은 당신, 지금 바로 신청하세요!’


전단지를 받은 건 일주일 전 강남의 길거리 한복판이었다. 큰마음을 먹고 입꼬리 수술을 하기 위해 성형외과의 문턱을 넘은 윤희에게, 인조적인 콧대를 뽐내던 상담 실장은 어딘가 영혼은 없지만 음성만큼은 친절한 말투로 그녀를 향해 말도 안 되는 금액을 토해냈다.

“이게, 입꼬리만 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거든요옹. 광대랑 안면 윤곽도 같이 하셔야 하니까앙.”

금액을 듣고 윤희가 고민하는 기색을 보이자, 상담 실장은 냉정하게 계산기 위 손가락을 멈췄다. 웃음기가 사라지자, 실장의 부풀어 오른 입술이 터질 듯이 윤희를 더욱 쏘아보았고, 그녀의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윤희는 웃을 때 못생긴 사람임과 동시에 돈이 없는 사람이기도 했다. 저 계산기에 쓰인 터무니없는 금액을 감당해 낼 자신이 없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뒤뚱뒤뚱 도망치는 그녀의 주변에는 온통 얼굴에 붕대를 감거나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같은 얼굴의 사람들이 같은 표정과 같은 템포의 걸음으로 윤희를 지나쳐 갔다. 솔직한 심정으로, 윤희는 두려웠다. 그리고 두려움을 느끼는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했다. 예쁜 미소는 얻고 싶으면서도 저들처럼 선글라스와 붕대를 감고 길거리를 걸을 용기는 또 없는 거야? 그때, 북적이는 강남의 거리에서 누군가 윤희의 손에 전단지를 밀어 넣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수많은 선글라스와 붕대들 사이에서 주인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윤희는 대충 가방에 전단지를 구겨 넣고는 집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잊고 있던 전단지와 일주일 만에 재회하게 된 것이었다.

기어코 이 말도 안 되는 전단지를 따라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위치하고 있을 것만 같은 시골 마을까지 내려온 자신을 자각하니 윤희는 실소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아 습관적으로 입술 아래를 꽉 깨물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예쁜 웃음을 가질 수 있을 만한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을뿐더러 설령 이것이 윤희와 같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기일지라도, 그녀는 그저 어디론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쁘지 않은 결정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예쁜 미소를 만드는 얼굴 스트레칭과 여자 연예인 사진을 보며 해온 이미지 트레이닝, 웃는 얼굴이 예뻐지는 주파수와 함께 기도하던 날들도 모두 가차 없이 소용없었다. 오히려 노력하면 할수록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얼굴은 더욱 일그러질 뿐이었으니까. 또다시 끝없는 생각들에 잠겨 들어갈 찰나에 하나의 목소리가 그녀를 깨웠다.

“윤희 씨, 맞으시죠? 잘 찾아오셨네요.”

이럴 수가. 윤희 앞에 환한 미소와 함께 환영의 인사를 건네는 저 남자는 그녀가 평생 봐온 사람들 중, 심지어 본인보다도. 놀라울 정도로 못생긴 얼굴로 웃고 있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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