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13부터 2023.06.16까지
<2023.06.13>
혼란스럽던 어제를 지나 도착한 오늘. 여전히 감기 때문에 고생 중이다. 그래도 영국의 번화한 지역을 오니 나까지 기운을 받는 듯하다. 엠앤엠즈도 가고, 레고 키링도 샀다. 아쉽게도 기대했던 자라에는 마음에 드는 옷이 없었지만. 앞으로 조금조금씩 더 용기를 내보면 좋을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그러기 위해 여기에 온 거니까. 물론 소심해빠진 내 성격에 절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급할 필요는 없고. 한 걸음씩 천천히.
지금까지의 도전과제들도 무사히 잘 해왔으니. 당당해지자! 쭈그러들지 말자! 여기 있는 모든 개성 넘치고 자유로운 사람들이 얼마나 아름다워 보이는지 봐.
아름다움의 원천은 자신감에 있다. 다들 당당해서 아름답게 보이는 것.
<2023.06.13>
(1)
도대체 컨디션이 나아지지를 않는다. 감기에 피부까지 말썽이다. 그래. 돌아보면 내 인생에는 꼬옥 불행들이 닥쳐서 뭐든지 100%를 채울 수 없게 만들었지.
그 불행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하는 걸까? 지금까지는 그저 꾸역꾸역 삼켜가며 시간이 해결해 주기만을 바랐는데, 결국 그것밖에 정답이 없는 걸까? 아직까지는 알 수가 없다. 보통 무던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긍정적으로 넘기던데. 그러기에는 난 너무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지. 아무래도 답을 찾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듯싶다.
*사랑받으려 애쓰지 말기.
*긍정적 마인드를 가지기.
*다정하게. 친절하게. 따뜻하게.
*아는 것이 힘.
(2) 오늘도 다사다난한 하루. 못 견디고 간 한식당에서 반가운 한국 분을 만났다. 얼마나 감사하던지. 오랜만에 먹은 김치볶음밥이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영국 박물관에서 웬 남자가 이것저것 물으며 말을 걸더라. 왠지 느낌이 좋지는 않아서 대충 대답하고 피해버렸다. 너무 냉랭히 대했나....? 그렇지만 낯선 사람은 항상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미안해요 중국 남성분!
<2023. 06.15>
드디어 오늘, 런던의 모든 유명한 곳들을 가보았다. 그림인지 실제인지 헷갈릴 정도로 멋졌다. 아쉽게도 궁과 사원 내부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외관만 봐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래. 뭐 그리 거창한 인스타용 여행이 필요한가? 눈으로 담고, 잘 먹고, 잘 걷고, 잘 자는 게 내 여행의 방식이라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지.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는 용기를 낸 나 자신에게 그저 박수를!
좋은 노래를 들으며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며 보는 런던의 풍경은 너어무 행복해. 상쾌해.
<2023. 06.16>
(1)
조금 더 말랐으면 옷을 더 자신 있게 입었을 텐데, 얼굴이 예뻤으면 사진 찍을 맛이 났을 텐데, 더 똑똑했다면 작품들을 고급지게 감상했을 텐데. 모든 일에 조금은 부족하고 어쩔 수 없는 '찌질함'을 가진 것이 나다. 그걸 부정하려고 하니 더 괴로운 게 아닐까?
모두가 감탄하는 미술작품이 나에게는 별로일 수도 있고, 휑한 작품이 더 와닿을 수 있는 것이다. 나만 나를 지켜주면 된다. 노력할 건 노력하면서.
이상하게 늘 행복보다는 우울감을 더 강하게 느낀다. 그러니 더 긍정적으로, 행복한 순간들에 집중할 수 있는 연습을 하자.
(2)
새삼 내가 런던에 있다니. 그것도 혼자.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다들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사연을 겪고 왜 여기에 온 걸까?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이 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계속 혼자 있으니 내 안의 세계에 더 갇히는 느낌이 든다. 좋은 건가? 좋은 거겠지? 내 내면의 세계가 그만큼 단단해지고 있다는 거겠지?
<부록: 레미제라블을 보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레미제라블을 영국에서 보다니. 가장 신기했던 건 단연 관람 문화다. 공연 중에 음식도 먹고, 호응이나 리액션도 자유롭다. 워낙 많이 본 작품이라 줄거리 이해는 필요 없었다. 그만큼 익숙해서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판틴 노래를 들을 때는 눈물까지 고이는 걸 보고 조금 놀랐다. 무대 연출이나 효과는 말할 것도 없었고,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소름 돋을 정도로 좋았다.
또 하나 신기했던 건, 한 작품을 한 극장에서 쭈욱 한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렇게 체계가 잘 잡혀있거나 전용관이 잘 되어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영국의 공연 문화가 부러웠다. 영국 배우들은 어떻게 연습하고 훈련하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내 인생에 이런 경험도 해보는구나 싶다.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