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수업 3강
한국어 알파벳 발음이 어렵다는 것은 외국 친구들에게 이름을 이야기하다 보면 알게 된다. ‘은’이라는 나의 이름을 정확히 발음할 수 있는 외국인은 흔하지 않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들려줘도 ‘운’, ‘에운’ 같은 조금은 다른 소리로 발음되어 나오기 일쑤이고 결국 ‘그래. 그렇다고 치자’라고 포기하기 일쑤다.
‘내가 ’은‘이라고 하는데 이 소리를 듣고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
어렵다.
그들에게는 없는 소리, 그래서 한 번도 내어보지 않은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건 한국인이 외국어를 배울 때도 예외는 아니다.
영어에서 th이나 r 발음은 듣고 내는 소리라기보다는‘ 혀를 앞으로 내밀어 발음한다’ 거나 ‘혀를 안으로 구부려 발음한다’는 식으로 이 소리가 어떻게 나오는 지의 방법을 배우고서야 그나마 따라 할 수 있다. 스페인어의 대표 캐릭터 발음인 rr도 마찬가지다. 혀를 떨어주는 소리인데 혀를 한 번도 떨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혀를 떠는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혀를 떨 수 있는가부터 큰 산인 것이다. 그러니 ‘듣고 따라 하세요’는 모든 발음에 해당하는 지침이 될 수 없다.
이렇듯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내가 한 번도 내어본 적 없는 새로운 소리를 찾고 만나게 되는 일이기도 하다.
“‘어’는 조금 바보스럽게 입을 어중간하게 벌리고 해요. ‘아’와 ‘오’의 사이쯤 있는 소리예요. ‘으’는 입술을 모음처럼 옆으로 길게 늘여보세요. 그때 나오는 소리예요. 뭔가 길가다가 기분 나쁜 것을 봤을 때 ‘으’하죠. 그런 느낌을 찾아볼까요?”
다양한 방식으로 학생들에게는 한국어로 처음 만나게 되는 소리를 설명하며 수십 번 같은 발음을 반복해 들려주다 보면 문득 내가 ‘바람풍 선생’이 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는 열심히 ‘바람풍’이라 발음하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바담풍’으로 들리고 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스페인어권 친구들이 유난히 어려워하는 한국어 자음은 ‘ㅈ’과 ‘ㄱ, ㄲ, ㅋ’ 같은 삼총사 조합의 구분이다. ‘ㅈ’은 스페인어 알파벳에 없는 소리이다. ‘어! 스페인 유명 브랜드 자라가 있잖아요.’라고 할 것이다. 스페인에는 ‘자라’가 없다. ‘사라’가 있다. 자라의 스페인어 발음은 ‘사라’인 것이다. 파찰음이라 불리는 ‘ㅋ, ㅌ, ㅍ, ㅊ’ 같은 소리 역시 스페인어에서는 익숙하지 않다. 스페인어는 말이 많고 빨라서 듣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많이 하는데 그 특징은 이렇게 공기를 내어 발음하는 소리가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호흡이 나가지 않으니 무한정 끊지 않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면 한국어의 소리는 어떨까.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이 있듯이 외국인들이 한국어 배우며 어려워하는 그 미묘한 소리의 차이를 구분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그만큼 잘 듣고 정확히 이야기하는 사람들일까. 그래야 소리 안에 쌓이는 오해들이 최소화되는 언어를 가지고 살아가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무려 40개의 모음과 자음 알파벳 쓰기와 음을 몇 회에 걸쳐 가르치다 보면 문득 우리가 이렇게나 다양한 소리를 내며 살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다. 다른 소리가 만드는 다른 삶. 언어를 배우는 일은 그러니까 삶을 만드는 '다른 소리'라는 멋진 도구를 갖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