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만 하면 퇴근한다.
PM업무를 하니 매일매일 크고 작은 이슈들을 해결하느라 온종일 회의만 하다 하루를 보낼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시간 중에 몰입시간을 확보하는 게 정말 중요한데, 프로덕트에 대한 딥한 리서치, 데이터 분석 등이 꼭 선행되어야 신뢰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치고 들어오는 회의를 쳐내다 보면 가장 중요할 수 있는 분석업무는 퇴근 후로 미뤄지게 되는 것 같다. 그럼 결국 또 야근.. 매일 야근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오늘의 퇴근 지표'를 설정하곤 한다.
첫 번째 퇴근지표는 오늘까지 만들어낼 산출물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것만 다 하면 오늘 퇴근한다'라는 기준을 스스로 만들어보는 것이다. 산출물이라고 해서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정책을 정리한 한 페이지 문서가 될 수도 있고, 메일 한 통이 될 수도 있고, 데이터 지표 하나를 보는 게 될 수도 있다. 구체적인 활동을 기준으로 할 일을 정의할 수만 있으면 된다. 이 작업을 하면 막연하게 느껴지는 오늘의 업무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당장 실행가능한 업무로 변하게 된다.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한 상황에서 특히 도움이 된다. 내일까지 A가 완료되려면 뭘 해야 하지? 오늘까지는 어디까지 할 수 있지? 그게 어떻게 정리되고 공유되어야 하지? 이런 질문을 하다 보면 뾰족한 오늘의 산출물이 정의되곤 했다.
두 번째는 퇴근 시간이다. '이 시간이 넘으면 일단 퇴근한다'는 기준이다. 신규프로덕트를 적은 인원으로 만들어내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할 일이 도처에 깔린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산적한 할 일을 두고 퇴근을 하려고 하면, '내가 조금 더 보면' 달라질 것 같은 마음에 퇴근을 한두 시간 미루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 때문에 몸이 망가지는 경험을 몇 번 한 뒤로는 건강하게 오래(혹은 얇고 길게) 일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을 야근을 하지 않고, 출근하는 날에는 8시 또는 8시 반에 PT일정을 잡는다. PT에 참석하기 위해서라도 퇴근을 하게 된다. 시간을 기준으로 업무량을 조절하면 목표한 것을 다 끝내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하루 이틀 밀리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 야근을 하기보다는 하루이틀 미루고 휴식을 취하기를 선택한다. 1보 후퇴 같은 거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이렇게 나만의 퇴근 기준을 세우면 큰 의미가 생긴다. 스스로에게 말이다.
누가 시켜서, 돈을 받아서, 눈치가 보여서, 주변의 평가를 걱정하거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한 업무를 한 하루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나를 위해 정한 오늘의 노동을 한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