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를 낳고 나서 아기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냐거나 아기를 보자마자 사랑하게 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선 아기는 너무 예쁘고(구체적으로는 코를 찡끗하면서 웃는 얼굴이라든지, 꼼지락거리는 손가락과 발가락이라든지, 울기 직전 삐죽 내미는 아랫입술이라든지, 너무 부드러워서 자꾸 부비고 싶은 목덜미라든지 등등등!) ‘행복’이나 ‘사랑’ 같은 단어와 찰떡같이 어울리지만, 내가 여름이에게 느끼는 감정의 이름은 행복이나 사랑보다는 ‘충만’에 가깝다. 모든 것이 꽉 찬 기분. 스스로에게 자주 허기를 느꼈었는데 이상하게 여름이랑 있으면 꽉 찬 기분이 든다. 작고 부드러운 손에서 느껴지는 뜨끈한 온기, 안았을 때 느껴지는 묵직함, 부지런히 나를 찾는 눈빛 같은 것들이 내 안의 허기를 그득그득 채워준다.
막 6개월이 지난 여름이는 표정이 많고 제법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했다. 왼쪽 팔을 두어 번 휘젓거나 두 발을 꽝꽝 바닥에 찧는 건 ‘싫어요’, 양 팔을 뻗어 몸을 앞으로 기울이거나 입을 참새처럼 벌리거나 손을 뻗어 상대방 얼굴을 만지는 건 ‘좋아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푸우푸우 입술을 움직이는 건 ‘슬퍼요’, (주로 먹는 게 보일 때) 코를 찡끗거리면서 입으로만 웃는 건 '주세요'
배고파서 울다가도 분유를 타면 꺄아아 하면서 좋아하고, 너무너무 좋을 땐 흥분해서 입을 어쩔 줄 몰라하는데 그게 또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자라나는 아이가 예쁘고 또 신기하지만 (당연히)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특히 밤에 재울 때가 곤욕이다. 안아줘도 안 되고 소리를 하도 질러서 귀는 아프고 온 힘을 다해 버둥거리는 애기를 떨어트리지 않으려고 힘주어 안다 보면 온 몸이 뻐근하다. 슬슬 체력과 정신력이 한계치에 다다르면 진심으로 짜증이 나기도 한다. 왜! 왜 우는데 진짜!
하지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여름이는 나만 찾는다. 내가 웃으면 웃고 내가 울면 같이 우는 사람. 이제 막 엄마를 알아보고 언제 어디서든 내게 오겠다고 손을 뻗는 아이를 보면 내가 사랑하는 것만큼 아이도 나를, 아니지 어쩌면 내가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나를 사랑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빠의 자리가 위험하다)
오늘도 내 머리를 한 움큼 뜯고, 코를 할퀴어 기어코 피를 보고, 방금까지 귀에 대고 소리 지르다가 잠들었지만, 사랑해 여름. 덕분에 웃은 시간이 훨씬 많았어. 잘 자렴. 제발 아침에 만나자. 새벽에 깨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