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의 단상

나는 동네에 작은 편의점에서

주7일, 그러니까 쉬는 날 하루도 없이 보낸다.


번화가가 아니라서 동네 단골 장사고,

매일 참새 방앗간 지나듯이

오는 손님들의 얼굴도 이제는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매일

호가든 맥주 8캔을 사가는 안경 쓴

호리호리한 아저씨

(살이 안 찌는 게 부럽다)


아이를 한손에 안고 필굿 맥주 피처를 사가는

머리를 바싹 깎은 남자


안경을 쓰고 긴 머리를 부스스하게 묶고

처음처럼 소주를 매일 세 병 사가는

날씬한 중년 여성


메비우스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매일 마일드세븐 팩을 외치는

긴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은 할아버지


매일 조용히 와서, 이제는 손가락으로

수량만 주문하는 디스플러스 아저씨


믹스믹스를 티머니로 계산하고 가는

눈화장이 화려한 젊은 여성



하루의 7시간을 편의점에서 보내고

새벽 1시에는 무인점포로 돌리고

1분 거리의 집으로 잽싸게 달려간다.


최저임금도 못 받고

한 달을 꼬박 일해도 170 언저리 되는

급여를 보면 한숨이 나오지만

일을 하면서도 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

(공부를 하든 딴짓을 하든 간)이

나의 숨통을 트인다.


암튼 이런 나날 속에서도 눈물이 핑돌며

울적해질 때가 있는데

몸이 고단할 때다.


물류박스가 9개 이상 쌓여 있고

무거운 소주 박스를 한 번에 들면 허리가 뻐근하다.

그렇다고 나눠 들 수도 없으니까

일단은 으쌰하는 소리와 함께

엉거주춤 들고 겨우 한걸음 내딛는다.


인생에 대한 한탄을 꿍얼꿍얼

시작하려는 찰나 출석 도장을 찍는 단골들의

얼굴이 하나둘 떠오른다.


아.

모두가 담배와 술이 아니면 버티기 힘들구나.

모두가 똑같이 힘들고

모두가 똑같이 괴롭구나


술과 담배가 이렇게 많이 들어올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술과 담배에 의지하면서

하루의 고단함을

인생의 허무함과 괴로움을 이겨내고 있는구나


한 모금의 숨을 토해내면서

한 모금의 술을 마시면서

모두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거겠지.


모두가 힘들다는 유대감과 연대감을

나홀로 느끼며

가까스로 든 소주 박스를 문뒤에 내려놓는다.


병끼리 부딪히며 내는 소리가

참 청아하고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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