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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쩜사오 Mar 18. 2020

2.한달만에 서울에 다녀왔다

첫느낌은 설렌다

 '미팅'

'미팅'의 국어사전 속 의미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말로, 남녀 학생들이 사교를 목적으로 집단으로 가지는 모임이라고 나온다. 사교모임? 영어사전을 통한 검색은 '회의','회의참석자들','만남'이라고 한다. 그렇다. '미팅'은 '만남'이다. 사교모임이면 더 좋았겠지만 일을 위한 '미팅'이 잡혔다. 한달만에 '서울'에 나갈 '공식적인 이유'가 생긴 것이다. 한달동안 집과 산책,마트정도를 이동한 게 나의 전부다. 진달래꽃이 개화하기 시작하는 이 꽃피는 3월에 30대의 한창 활동적으로 사회생활을 해야 할 내가 겨우 움직인 동선은 이게 다다.


 '코로나19'가 터진 후로 변화 된 나의 일상이었다. 직장인이었다면 '코로나19'를 뚫고 출근을 해야했겠지만 '프리랜서'인 나는 그냥 '백수'가 되었다. 일이 없다보니 나는 위의 글 속 동선이 반복되는 하루였다. 그런데 '미팅'이라니! 이런 내 스스로에도 '코로나19'를 뚫고 나갈 확실한 이유를, 내 자신에게 '너는 정부의 지침대로 사회적거리두기를 잘 지키고 있었어. 그런데 '일'이 생긴거니 사적인 이유가 아니잖아?'라고 얘기를 당당히 할 수 있게 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서울나갈 준비를 했다. 오랜만에 타는 '지하철' 모두가 마스크를 썼다. 각자 다른 브랜드의 각양각색의 마스크들. 지하철을 박스로 표현하면 입구가 닫힌 박스안에 서로 조금씩 거리를 두고 경계하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모습들이었다.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하긴, 장갑까지 끼고 있는 내가 그런 느낌을 받는건 당연하다. 내가 더 그들을 경계하는지도 모른다. 원래도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상황이 이렇다보니 더욱 그 사람들의 모습이 의심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 와중에 기침이 스물 올라온다. 아... 목구멍이 건조하더니 살짝 사래들린것 같다. 그럴때가 있지. 평범한 일상이었다면 의식하지 않고 재채기를 했을 것 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국이 시국이다보니 '재채기'조차도 괜히 미안하고 경계가 된다.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 참지못하고 터져나온 재채기를 하고 나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슬쩍 주변을 살핀다. 


 '뭐야 저사람 코로나야?'

 '기침하네... 떨어져야겠다...'


 왠지 그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나를 쳐다보지는 않지만 쳐보다고 있는 것 같은......

집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나온 오랜만의 '서울외출'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지하철'의 느낌으로 무너졌다. 내가 누군가에게 '병균'으로 보이지 않을까? 저 사람은 왜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 않는건가? 괜히 거리를 두게 되고. 가게의 직원은 저 손을 소독을 하지 않고 카드를 받고 손잡이를 잡고 음식을 나르고 그걸 다시 내게 건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별거 아닌 던 모습들이 날카롭게 느껴졌다.


 30분 미팅을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타러왔다. 어느새 퇴근시간에 가까워진 시간이었다. 마음이 급해진다. 사람이 더 몰리기 전에 집으로 가야한다는 각오가 새겨졌다. 지하철 안에서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그렇게 환승을 하고 1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지하철' 속에서 갇혀서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역시나 손소독제를 뿌린다.


 '코로나19'가 내게 '병'을 하나 주었다. '의심병' 모르는 이는 행동을 관찰하게 되고 그들의 청결을 의심한다. 아는 이들은 굳히 만나야되는 일이 없다면 sns나 전화로 연락을 한다. '사회적거리두기'는 국가에서 시키지 않아도 내게 생긴 '의심병'으로 알아서 지키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뭔가 우울해진다. 


사람을 의심하고 사람이 무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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