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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Oct 13. 2020

신발? 세 켤레면 충분!

사람들은 대개 그 날의 옷차림에 맞춰 신발을 매치한다. 나이, 성별, 계절, 장소, 기분 등에 따라 옷차림은 다양할 터, 그만큼 가지고 있는 신발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 신발장에 공간이 모자라니 위로 아래로 효율적인 수납 방법을 연구하거나 현관 앞이 발 디딜 틈 없게 된다. 그러나 어디든 어울리는 신발 몇 켤레면 문제가 깔끔히 해결된다.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신발은 세 켤레다. 컨버스 척테일러, 나이키 탄준, 소다 플랫.

먼저 데일리 슈즈로 아주 잘 신고 있는 컨버스 척테일러부터 소개하자면, 정말 어디든 안 어울리는 데가 없다. 청바지와 같은 캐주얼한 차림에서부터 슬랙스처럼 깔끔한 느낌까지 모두 잘 소화해낸다. 성별이나 나이, 계절에도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난 네이비 색상을 가지고 있는데, 올화이트나 올블랙보다 훨씬 여기저기 잘 어울리는 듯하다. 컨버스는 천 재질이라 내구성이 조금 걱정되었는데, 내가 신는 1970s는 앞코가 단단하고 맨질 해서 때가 덜 타고 전반적으로 좀 더 튼튼하다.


나이키 탄준은 운동할 때, 혹은 장시간 걸을 일이 있을 때(=여행 갈 때) 신는다. 통기성이 좋아서 조깅할 때 신으면 좋은데, 무게가 거의 없어서 마치 안 신은 듯 가볍다. 특히 여행을 가면 평소보다 많이 걷게 되는데, 발이 불편한 신발을 신으면 여행의 즐거움은 사라지고 고통과 짜증밖에 남지 않는다. 그래서 내 여행에는 언제나 나이키 탄준이다. 마침 검은색이라 때도 안 타고(두 번이나 나왔다. 아주 중요하다) 디자인도 무난한 편이라 역시 여기저기 잘 어울린다.


그러나 컨버스나 나이키가 적합하지 않은 자리가 있다. 중요한 회의나 미팅, 경조사에 참석할 때가 그렇다. 아무리 옷을 정장으로 잘 갖춰 입는다 한들 적절한 신발로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때와 장소에 맞지 않는 차림'이 된다. 그럴 때 나는 소다 플랫을 찾는다. 굽이 없는 플랫인 이유는 내가 '편안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며, 검은색의 간결한 모양은 또 역시나 어디든 매치가 쉽기 때문이다.


신발이 단 세 켤레뿐이라 가지는 이점은 다음의 세 가지 정도라고 생각한다.

1. 아침마다 신발을 골라야 하는 고민이 사라진다.  

2. 신발장이 남아돈다.  

3. 현관이 넓어진다.


내가 가진 신발들이 낡아져 더 이상 신을 수 없게 되거나,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더 좋은 제품을 발견한다면 교체 혹은 추가할 마음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신발 매장을 둘러봐도 그런 물건은 눈에 띄지 않으니, 당분간은 이 세 켤레로 잘 지내볼 생각이다. 신발은 하루 종일 이 무거운 몸을 지탱하는 발을 감싸는 것이므로 아주 중요한 물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게는 구매까지 이루어지는 게 상당히 어려운 품목 중 하나다. 새 신발을 하나 더 들인다면, 그 기준은 단순히 모양이 예쁘거나 색이 마음에 들어서라기보다 '나에게 잘 맞는 신발인가'가 될 것이다.(근데 그런 신발 찾는 게 참 어렵다) 더불어 나와 오래도록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신발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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